과연 지도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 반대로 현실이 지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간이 지도를 통해
어떻게 세계를 이해해왔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변화를 거듭해온 지도의 의미를 추적한다!
일기예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지하철 노선도 등 우리 일상에서 뗄 수 없이 밀착되어 있는 지도! 고대부터 존재해온 지도는 어떤 필요에 의해, 또는 어떤 세계관을
담아 그렸으며, 미개인들이 남긴 지도는 어떤 종교적 심성이 깃들어 있는지, 그리고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현대의 지도는 어떻게
왜곡되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역사적으로 지도의 의미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어떻게 지도에 표현되어왔는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도가 단순히 현실을 그린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사실을 표상하고
있는 지도를 현실이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과 특징은 프롤로그 제국의 지도
보드리야르는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보르헤스의 소설집 《오욕의 세계사》에 실려 있는 제국의 지도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제국을 정확하게 1:1로 모사한 지도가 있어 영토를 덮고 있는데, 지도가 닳아빠지면서 제국도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동화나 우화가
아니라 현실이 지도를 모방한다는 알레고리로서, 이 책 전체에서 저자는 지도라는 표현과 인간의 세계경험 및 사회경험 사이의 역설적인 것처럼 보이는
관계의 구조와 궤적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힌다.
제1부 사회의 가시화 인간이 지도를 최초로
제작한 것인 언제 어디서인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개사회의 마샬군도 사람들이 카누로 항해하는 데 사용해온 ‘스틱 차트’라는 지도 등으로 보아,
고대의 고도 문명이 성립하기 이전에도 이미 지도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이 지도를 제작 이용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었을 것인데, 그런
지도라는 표현형식의 ‘의미’를 행동과학이나 현상학적 지리학, 커뮤니케이션론, 기존의 지도론 등을 참조하면서
살펴본다.
제2부 확장되는 세계 오스트리아의 선주민 아보리지니의 ‘잉가푼가푸’라는 씨족의
성지를 보여주는 지도 등 미개사회에서 지도가 존재하는 방식들을 소개하고, 고대 문명의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나, 유럽 중세의 대표적인 세계도 즉
마파 문디인 ‘헬리포드 세계도’ 등을 소재로 하여 지도적 표현과 사회형태의 관계, 사회 속에서 지도적 표현이 담당하는 기능 등을 살펴본다. 또한
측량기술의 발달로 인해 토지와 사회의 관계가 객관화하고 고대적인 사회에서 권력관계의 매체로서 지도가 기능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제3부 근대적 세계의‘발견’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세계를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지도는 일반인의 삶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적 지도가 제작되고, 근대적 세계가
성립됐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시장이 성립하고 영역적 주권국가가 성립하는 등 근대적 세계가 ‘발견’됐다.
제4부
국토의 제작과 국민의 창조 사람들은 가본 적도 없는 곳을 같은 국경선 안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영토, 하나의 국가로
받아들인다.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권력이 제작한 지도에 따라 현실이 움직이는 것이다. 근대는 국토상에 분포하는 인구라는 통계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발견되는 힘으로 사람들을 대상화하고, 그것을 자원이나 교통관계 등 국토에 내재하는 힘과의 조합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여 운영하는 지와
권력의 체계를 함께 만들어낸다. 미셸 푸코, 베네딕트 앤더슨, 장 고트만 등의 논의를 바탕으로 근대에 지도가 국민국가를 창출해내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해왔음을 보여준다.
에필로그 지도로서의 사회, 지도를 넘어서는 사회 근대가 50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그려낸 세계지도는 이제 찢겨지고 말 것인가. 현대에는 카톨릭성당이나 이슬람공동체와 같은 종교집단, 화교공동체와 같은 민족집단 또는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자본주의적 조직 등이 국가․국민이라는 틀을 넘어서 초국가적 초국민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도로서의 사회’의
끝에 서서 ‘지도를 넘어서는 사회’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진단한다.
지은이 / 와카바야시
미키오(若林幹夫)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교양학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도시론과 미디어론이며, 츠쿠바대학 조교수를 거쳐 현재 와세다대학 교육․총합과학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뜨거운 도시 차가운 도시》, 《도시의 비교사회학》,《소세키의 리얼 : 측량으로서의 문학》,《미래도시는 지금 :
‘도시’라는 실험》,《도시를 향한/도시로부터의 시선》 등이 있다.
옮긴이 /
정선태(鄭善太) 1963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공부와 놀이에 열중하다 지금은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직도 근대계몽기 신문과 잡지들을 뒤지면서 근대성 형성의 원형을
탐색하고 있으며, 동아시아문학과 한국문학의 관련성, 번역론과 번역의 문제, 일제말 파시즘 체제하의 문학과 사상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개화기 신문 논설의 서사 수용 양상》, 《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 :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그 외부》,《근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 : 문학․번역․사상》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동양적 근대의 창출》,《일본문학의 근대와 반근대》,《가네코 후미코
: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 제국의 아나키스트》,《일본어의 근대》,《일본 근대의 풍경》(공역),《삼취인경륜문답》(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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