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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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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총장' 대학가 새 바람-국민대 총장
2001. 9. 19. - 동아일보 -


급변하는 시대에 활로를 모색하려는 대학에 ‘영입’된 고위 관료나 정치인 출신 총장들이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경영자로서 대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 뼈가 굵은 ‘학자형 총장’이 아니어서 대학 사정에 어둡기 때문에 대학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올들어서도 최인기(崔仁基)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5월 대불대 총장, 4월 이원우(李元雨)전 교육부 차관이 한경대 총장이 되는 등 현재 10여명의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총장이 활동하고 있다.

대학의 외부인사 영입은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경제계나 관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완’을 발휘할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재단이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하기도 하지만 교수들이 투표로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선출하기도 한다.

영입된 총장들은 대학 내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어 대학 개혁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경험을 살려 대학을 변모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행정수석비서관과 교통부 장관을 지낸 노건일(盧健一) 인하대 총장은 성공적 영입 케이스로 꼽힌다. 노 총장은 98년 취임한 뒤 동문 벤처기업가들로부터 50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인하 벤처관’을 세우고 재단으로부터 600억원을 출연받아 전자도서관 기숙사 등을 짓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노 총장은 한때 ‘재단에서 미는 총장’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학교 구성원의 반발을 잠재웠다.

대불대 최 총장은 옛 내무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뒤 여수수산대 총장을 맡아 종합대인 여수대로 승격시켰다. 이는 당시 주민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대불대는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최 총장을 ‘모셔갔다’는 게 주변 이야기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정성진(鄭城鎭) 국민대 총장은 친화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교수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정 총장은 93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46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유산이 많은 탓에 공직을 떠났지만 대학에서는 ‘사리사욕을 위해 엉뚱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는 신뢰를 얻었고 명예를 회복했다.

재무부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한 박재윤(朴在潤) 부산대 총장은 잡음이 끊이지 않던 부산대 제2캠퍼스 이전 문제를 소신있게 밀어붙여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동양의 천재 교수’로 불리던 정근모(鄭根謨) 호서대 총장은 과학기술처 장관을 두 번 역임한 경력을 살려 이공계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편 건설부 장관을 지낸 이진설(李鎭卨) 서울산업대 총장은 안동대 총장을 거쳐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서울산업대로 영입 됐으며 이천수(李千洙) 전교육부차관도 순천향대 총창을 거쳐 천안대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원종(李元鍾) 충북지사는 서울시장 출신으로 서원대 총장을 지냈다. 이현청(李鉉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신설 대학이나 소규모 대학, 지방대학일수록 대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하는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총장들은 영입 당시의 기대에 못 미치고 대학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 또 자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 “총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총장도 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