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8년을 뛰어넘어 깜짝 우승… 그녀, 나이들수록 강해졌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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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지은희의 롱런을 기대하며…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뒤 올 32세8개월로 개막전 우승 LPGA 59세 잉크스터 건재 지난 1월 한국의 지은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9년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했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그가 정상에 오른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엔 최근 2년 내 개최된 대회에서 우승한 26명의 골퍼가 참가했다. 비록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내로라하는 LPGA 챔피언들과 경쟁해서 거둔 우승이기에 의미는 남다르다. 그녀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으로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은희는 2008년 LPGA 첫 우승과 2009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일약 세계적인 골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한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며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마치 화수분처럼 자고 일어나면 매일 새로운 강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LPGA 무대. 골프팬의 머릿속에서 지은희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갔다. 그러다 2017년 10월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타이완챔피언십에서 무려 8년 만에 그가 깜짝 우승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운이 좋았겠거니 생각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31세였기에 LPGA를 주름잡고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고 힘이 넘치는 경쟁자들과 겨루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 3월 지은희는 KIA 클래식에서 보란 듯이 우승을 추가하며 기나긴 슬럼프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보다 8년이 넘는 긴 세월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담금질하며 슬럼프를 극복한 그의 강한 정신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골프는 물론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때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2002년부터 부상 등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그는 10년 넘게 노력했지만 끝내 재기에 실패하고 사실상 은퇴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0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로 여자골프계를 호령했던 대만의 청야니도 마찬가지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우승이 없는 청야니는 최근 세계랭킹이 311위까지 떨어졌으나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은희의 이번 우승에 또 한번 놀란 것은 LPGA에서 거둔 한국인 역대 최고령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1986년 5월생인 지은희는 32세 8개월에 우승해 2010년 벨마이크로 클래식 우승 당시 박세리의 32세 7개월을 넘어섰다. 한국 여자골퍼의 ‘조로’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작 32세의 나이에 최고령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다. 현재 LPGA 최고령 골퍼는 미국의 줄리 잉크스터다. 1960년생으로 만 59세다. 현재 그는 LPGA와 시니어투어 격인 ‘레전드 투어’ 출전을 병행하며 자신의 두 딸보다 어린 10대 후반, 20대 초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1983년 프로에 데뷔했으니 37년째 현역인 셈이다.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 통산 31승을 거둔 잉크스터는 만 46세이던 지난 2006년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LPGA 최고령 우승 기록은 미국의 베스 대니얼이 보유하고 있으며 2003년 BMO 파이낸셜그룹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당시 46세 8개월이다. LPGA에는 고령(?)의 골퍼가 꽤 많다. LPGA 통산 20승, 유러피언 투어 45승으로 통산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인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는 1963년생으로 만 56세다. 1969년생인 스코틀랜드의 카트리나 매슈는 2009년 둘째 딸을 출산한 지 3개월도 안 돼 출전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뒀다.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 통산 41승인 ‘슈퍼 그랜드슬램’의 주인공 호주의 캐리 웹은 1974년생으로 만 45세다. 1977년생으로 박세리와 동갑인 미국의 크리스티 커는 2017년에만 2승을 거뒀다. 역시 1977년생인 미국의 앤절라 스탠퍼드는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됐다. 현역은 아니지만, 미국의 조앤 카너는 만 65세이던 지난 2005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어릴 때부터 골프밖에 모르고 자란 대다수 한국 골퍼와 달리 적절한 휴식과 함께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고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가족, 친구들과 사회적 유대를 활발히 갖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희는 30대인 지금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20대 초반 때보다 기술과 정신력은 오히려 더 낫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2009년에 비해 평균타수가 1타 이상 주는 등 드라이버 거리와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평균 퍼트 수 등 모든 면에서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를 거슬러 계속 진화하고 있는 지은희가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계속해 한국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계속 경신하길 응원한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25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