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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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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특허전쟁서 살아 남는 길姜求哲(국민대 정보·금융 법무대학원장)


2002. 5. 22. - 중앙일보 -





오늘날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지식은 세계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무한경쟁사회에서 경쟁력의 핵심이다.

올 2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0년의 11위에서 3단계 뛴 세계 8위의 특허대국에 올라서게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 기술선진국인 미국.일본.유럽에 지불하는 특허기술료(로열티)는 해마다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 소니 명성 왜 퇴색했나

실제 부가가치가 높은 특허보다 특허를 위한 특허가 더 많은 실정이므로 돈되는 핵심기술이 빈약한 취약점 때문이다.

한때 모방과 복제로 성장이 가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선진기술을 개량이라는 이름으로 모방해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우리나라도 최근까지 일본의 전철을 밟았다. 하지만 이런 시절로 돌아갈 기회는 더 이상 없다. 80년대 중반 이후 세계경제에 몰아닥친 특허라는 이름의 창의력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있는가? 있다면 그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무기는 무엇인가? 답은 하나다.

우리나라가 기술강국.발명강국이 되는 길밖에는 답이 없다. 이러한 기술강국.발명강국이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우선 기술개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의 생활 곳곳에서 기술존중 사상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이 오늘의 부를 이루기까지는 기술존중 사상이 바탕이 됐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열망 속에서 자라난 발명이라는 작은 나무가 선진국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던 소니가 기술개발보다는 마케팅에 주력해 엔지니어를 경시하면서 그 명성을 잃게 된 예는 엔지니어의 대우와 연구개발비 투자에 인색한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국민이 발명을 숭상하고 발명인이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한층 확산시켜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는 공부하기 힘든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수능 자연계열 선택률이 97년 43.7%였던 것이 올해 입시에서는 26.9%까지 줄었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중학생의 20%만이 자연계로 진로를 희망하고 있어 향후에 자연계 지망생이 더욱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수한 이공계 인력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것은 기술전쟁의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과학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을 새겨 우수한 이공계인력 양성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특허심사.심판의 처리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단축하고 심사의 질도 향상시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심사.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고, 새로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권 소송제도의 개선을 위해선 지적재산 관련 소송 전반의 관할을 특허법원으로 일원화하고 기술심리관 등 전문가들을 소송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신속.공정한 분쟁 해결을

특히 특허에 대한 민사구제(소위 권리침해소송)도 특허법원의 관할로 하여 통일적 판단과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의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는 우리와 같은 기술중진국에는 기술혁신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미비한 소송절차 규정만 두고 있는 특허법에 상세한 규정을 신설.편입하거나 특허소송법을 제정해 분쟁의 신속한 해결에 실질적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발명에 대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만이 우리에게 닥쳐온 지적재산권의 시대는 위기가 아닌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데 정지된 기술만으로 국가가 강해질 수는 없다.

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고 상품화해야 하며 그것은 남의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나만의,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이고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 때 앞으로 다가올 BT시대.NT시대에도 기술선진국 대열에 서있을 수 있다.

姜求哲(국민대 정보·금융 법무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