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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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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와 '렌털'의 태생적 갈등 / 권용주(자동차ㆍ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Auto Times의 확대경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자동차를 빌려주는 ‘렌털’ 개념은 1906년 등장했다. 그리고 1912년 독일에서 식스트라는 최초의 자동차 렌털 기업이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16년 미국에선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조 사운더스라는 인물이 포드의 모델T 한 대로 렌털사업에 나섰다. 이듬해 그는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모델T 18대를 도입해 1마일(약 1.6㎞)당 10센트를 받고 차를 빌려주는 사업을 펼쳤다.

자동차 구입이 쉽지 않았던 데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미국에서 렌털사업은 빠르게 확산됐다. 이 덕분에 창업 10년 만에 사운더스는 미국 내 56개 도시에 거점을 조성했다. 1946년 에이비스 렌터카를 창업한 워런 에이비스는 사운더스의 성장을 주목해 1955년 둘을 합병시켰다.

물론 경쟁은 치열했다. 사운더스의 초기 경쟁자는 1918년 시카고에서 문을 연 월터 제이콥스였다. 제이콥스 또한 포드의 모델T 12대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1923년 존 허츠가 회사를 사들이며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선 원단 공급 사업을 하던 브렌드슨 컴퍼니가 1920년 자동차 렌털기업을 설립해 1981년 유럽카에 인수되기 전까지 영국 최초의 렌털기업으로 존속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인물은 허츠다. 1879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현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허츠는 1884년 미국으로 이주해 시카고에 터를 잡았다. 젊은 시절 권투선수로 아마추어 챔피언을 거머쥐며 사업 자금을 마련한 뒤 운송사업에 뛰어들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운송사업은 자동차 소유욕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이동의 신속함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여겼기 때문이다. 1915년 7대의 중고차에 노란색을 입힌 ‘옐로우캡’이 등장한 배경이자 현재 미국 택시로 표현되는 옐로우캡의 시작이다.

저렴한 가격에 차별화된 서비스로 옐로우캡은 곧바로 인기를 끌며 빠르게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그러자 여러 명이 탑승하고 이동할 수 있는 버스 사업에 진출했고, 수요가 많아지자 옐로우 택시와 버스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924년 자동차 렌털사업의 본격 진출은 운송사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렌털이 활성화할수록 택시의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설립한 옐로우 택시와 당시 시카고 지역 최대 택시회사였던 체커 택시가 허츠 렌털의 최대 경쟁자였던 셈이다. 그러자 1925년 허츠는 렌털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택시와 버스 등의 운송 및 제조사업을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했다.

택시와 렌털의 경쟁은 국내라고 예외가 아니다. 둘의 차이는 운전을 직접 하느냐, 아니면 누군가 해주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렌털도 택시처럼 누군가가 운전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타다’ 등으로 불리는 ‘렌털 택시’다. 앱을 통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운전자가 포함된 렌털을 호출할 수 있어 나타난 결과다. 그러자 택시도 서비스 고급화에 나서는 중이다.

하지만 면허제라는 규제의 틀에 막혀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금 일어나는 택시와 렌털 택시의 갈등 구조는 오랜 시간 제도로 운영해온 면허제의 유지 여부, 그리고 관행처럼 굳어진 면허비용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러니 갈등의 중재는 면허제에 대한 방향성 논의가 시작이다.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판단은 정부 몫이다.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겸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soo4195@autotimes.co.kr

 

출처: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5294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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