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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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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이상한 종전선언 목매기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종전선언만큼 시끄러운 주제가 많지 않은데,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실상 임기 만료, 즉 선거일까지 종전선언의 서명을 이룰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부정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종전선언 서명식 달성을 대외 정책의 거의 유일한 목적으로 만들고, 정부가 총동원되었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이 모습을 보며 필자는 이상한 느낌이 있다. 종전선언은 꼭 나쁜 것이 아니지만 정부가 총동원될 만큼 중요한 일일까? 이것은 상징성이 높지만 국제법적 효력이 없는 문서다. 물론 청와대가 종전선언 캠페인을 전개하는 이유가 순수한 외교나 대북 정책만이 아니라 국내 정치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생각도 있고 역사 교과서에서 인정받을 희망도 있을 것이다. 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 한국 정부가 과잉 종전선언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친정부 분석가·기자들은 종전선언 이벤트가 성공한다면,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 한반도의 평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낙관주의의 근거가 있을까? 우리는 벌써 수십 년 동안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이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를 보장할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시끄럽게 강조한 선언을 수없이 보았다. 1991년 '남북불가침선언', 2000년 '6·15선언', 2007년 '10·4선언' 모두 좋은 전례가 아닐까?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듣기 좋은 말이 많은 이 선언들은 이후 상황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남북불가침선언'을 한 지 3년이 지나기 전에 북한 대표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으며, '6·15선언'이 있은 지 몇 년 이내에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했고, '10·4선언' 이후 3년 이내에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이 생겼다.

 

물론 실패로 끝난 2018년 '한반도의 봄'은 또 다른 사례일 뿐이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행에 겁먹은 북한이 시간 벌기 작전을 벌였을 때 '평양선언'이나 '판문점선언'과 같은 문서를 필요로 했는데, 상황이 바뀌자마자 이들 문서의 가치는 사라졌다.

 

고금을 불문하고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상징성으로 가득 찬 선언이 아니라 국익이다. 국제법에 의해서 효력이 있는 문서나 조약도 하루아침에 휴지통으로 던져진 적이 많은데, 효력이 없는 문서는 실제 정치에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러한 문서는 참가국들이 공유한 이익이 있어야만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

 

그런데 현 단계에서 종전선언에 서명할 국가들이 공유하는 이익과 목적이 있을까? 물론 남·북·미·중 모두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외에 관계국들이 공유하는 이익과 목적이 별로 없다.

 

예를 들면 북한은 기타 서명국들이 싫어하는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또 자신들이 남한에 희망하는 양보나 물질적인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가끔 대남 위협·압박을 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대남 불만 표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합리주의적 선택이다. 이를 감안하면 '10·4선언'이 연평도 포격을 방지하지 못한 것처럼, 종전선언 역시 향후 종종 생길 충돌을 방지할 잠재력이 없다.

 

종전선언은 나쁜 것이 아니다. '불가침선언'이나 '6·15, 10·4선언'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 선언에 지나친 희망을 걸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선언문의 잉크가 충분히 마르기도 전에 다시 많은 실망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선언이라는 것은 그저 말뿐이다. 70여 년 동안 계속 굳어지고 있는 동북아의 대립 구조를 바꿀 수도 없고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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