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가멤논의 ‘폭군 리더십’… 정반대의 리더십 지닌 ‘리더’ 찾아야 / 박규철(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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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게 2022년은 ‘정치의 해’다. ‘폭군 리더십’을 선보였던 아가멤논과 달리 공동체의 생존과 안녕에 무한책임을 지는 리더가 필요한 때다. 사진=연합뉴스(오른쪽)
아가멤논. 사진=위키피디아
왜냐하면 배심원들은 오디세우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법이었던 연설로 최고의 전사를 뽑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이아스와 그를 따르던 전사들이 분노했다. 아이아스는 칼을 들어 아가멤논과 오디세우스를 죽이고자 하였으나, 아테네 여신의 방해로 그의 복수극은 실패로 끝났다. 수치심에 몸부림치던 아이아스는 자살하고 말았다. 아가멤논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무책임의 리더십이 빚어낸 참사였다.
아이아스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은 아가멤논의 폭군 리더십이다. 최고의 리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를 포함한 그리스군 전체를 갈등과 분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내재된 갈등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을 생각한 것이다. 그는 교만하고 탐욕스러웠으며 타자의 자유나 고통에 대해서는 둔감했다. 이것은 폭군의 특성이었다. 하지만 리더는 폭군과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정의롭고 수치심을 알고 타자의 자유를 인정하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안다.
사실, 공동체의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생존과 안녕에 무한책임이 있다. 무한책임을 감당한 능력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공동체의 생존과 안녕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무구 소유권 분쟁’에 너무나 안이하게 대응해 그리스군 전체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무능하고 무지하며 무책임했던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런 어리석은 군주를 가리켜 암군(暗君)이라 했다. 이는 폭군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일리아스』의 첫 장면에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의 애첩 브리세이스를 강제력을 동원하여 약탈해 아킬레우스를 분노케 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탐욕스러운 폭군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이처럼 아가멤논은 암군과 폭군, 그리고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독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는 플라톤이 강조했던 정의로운 리더와는 정반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2022년의 대한민국은 정치가 지배할 것이다. 3월에는 대선이 있고, 6월에는 지선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가 각자 자신이 국가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리더라고 주장하나, 그들 중의 상당수는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꾼들일 뿐이다. 더욱 나은 리더를 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가멤논과 같은 폭군적 리더를 멀리해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자기 생존과 자기 이익에만 몰입하는 사람들이다.
소포클레스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그리스에는 폭군이 있었고,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폭군이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폭군이 없었던 시대나 국가는 없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소포클레스가 그렸던 아가멤논의 폭군의 리더십과 정반대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를 찾아, 그를 리더로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공동체가 생존하고 안녕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박규철 국민대 교수 국민대 후마니타스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며 한국동서철학회 부회장이다. 연세대에서 ‘플라톤 『고르기아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플라톤 정치철학과 신플라톤주의 그리고 고대 회의주의와 인문학 리더십 등이다. 저서로는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2021, 공저)와 『그리스 로마 철학의 물음들』(201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철학과 신학』(2016, 공역)과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2015, 공역) 그리고 『신플라톤주의』(2011, 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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