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대선, 그 후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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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먼저 한참 진행 중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관련된 문제다. 당선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최대 24인의 인수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인수위는 2개월의 활동을 통해 차기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사람들이 인수위원에 임명되느냐를 통해 언론과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수행할 첫 내각을 본다. 당선자 주변에는 수많은 인재가 있지만, 문제는 인재를 알아보는 적확한 눈이다. 이런저런 인연을 바탕으로 인수위를 구성하면 언론과 국민은 당장 벌 떼처럼 일어나 당선인을 공격할 것이다. 인수위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선자와 가까운 사람들의 자리다툼이다.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합의한 공동정부 운영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리다툼은 볼썽사나운 갈등으로 비춰져 절반에 달하는 유권자들의 냉소를 받을 수 있다.
인수위는 대선 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이 나라의 미래를 명확히 결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는 득표를 위해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수많은 공약을 제시한다. 약속했다고 모두 지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수위는 옥석을 가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윤 당선자가 맞이할 다음 이슈는 여소야대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이다. 당선자는 여소야대가 자유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 2년간 민주당은 사실상 입법 독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했고, 그것이 이번 대선에서 강한 정권교체론의 이유가 되었다. 상식과 공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국회에서 야당을 존중해 협치하겠다는 당선자의 생각은 자칫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서 보궐선거 후 오세훈 시장이 겪고 있는 상황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야 관계만 문제가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얼마든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두 번씩이나 당무를 거부했던 것을 기억하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선자는 당직 인선을 비롯해 당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을지도 모른다. 본인은 부정해도 주변 사람들이 당선자의 뜻이라며 호가호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당선자가 주장했던 당정 분리가 무색하게 되고 이 또한 야당과 언론,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선자가 마주할 또 하나의 문제는 적폐청산이다. 유세 과정에서도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적폐청산은 의도와 상관없이 자칫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만일 과거 당선자와 검찰에서 손발을 맞추던 소위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사건들을 수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선자는 '시스템에 의한 수사'를 주장하지만, 대선에서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과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재명 후보가 연루되었다고 의심되는 사건들의 수사를 묻어둘 수도, 적극 파헤칠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그래서 당선자는 검경의 어떤 수사에도 입도 뻥긋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불러내 오늘날 이 자리에 선 윤석열 당선자의 첫 일성은 통합과 국민 뜻만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뜻이 항상 하나라면 좋겠지만 당선자를 선택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뜻은 어떻게 하나. 당장 당선자 앞에 놓인 단기 과제만 살펴봐도 녹록한 것이 하나도 없다. 법과 원칙, 상식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첫 항해부터 자칫하면 삼각파도에 휘말려 방향을 잃고 좌초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순항하려면 정권교체를 갈구하던 국민만이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며 항상 겸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출범 준비를 하는 윤석열호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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