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왜 아빠휴직 의무화인가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
이은형 국민대 국민인재개발원장·교수 “오 주임 말이야, 차기 과장감이라고들 했는데 사내 결혼하고 육아휴직 두 번 다녀오면서 만년 주임으로 주저앉았잖아.”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보다가 이 대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수석으로 입사하여 주목을 받았던 오 주임은 후배에게 과장직 승진을 추월당했다. 추월당한 것이 아니라 아예 승진 경쟁 리스트에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테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느라 지친 오 주임은 미혼의 여성과장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기업들 ‘부모휴직’ 도입
우리나라보다 남녀 임금 격차가 훨씬 적은 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960년대 남성 대비 60%의 임금을 받던 여성들은 1990년대 70%, 2000년대 75%, 그리고 현재 81%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분투, 구조적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협조 등이 오랜 기간 작용해온 결과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도저히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여성은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고난도의 자격증을 가져도 임금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1990~2006년에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첫 직장을 잡았을 때 여성은 남성의 95%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가 벌어져 13년차 경력에 이르자 남성의 64%로 떨어졌다. 그러나 여성을 자녀 유무 여부로 나누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아이가 없는 여성은 13년차 경력에 이르러도 남성의 91%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년째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등 모든 지표에서 거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남녀 임금 격차 역시 가장 커서 여성은 남성의 68.5%를 받는다. 통계청의 ‘2020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결과’에 따르면 남녀 임금 격차가 40~50대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의 평균 월 소득은 40대 454만원, 50대 449만원인 반면 여성은 40대 300만원, 50대 252만원이었다. 50대 여성은 남성에 비해 56% 수준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육아휴직의 공백’과 ‘1차 양육자로서의 책임’이다. MZ세대 여성이 커리어와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에서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이다. 출생률 0%대를 기록한 최초의 국가이며 소멸위기 1위에 처한 공동체로서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천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북쪽으로 가라, 젊은 여성들이여’라고 조언했다. 유리천장지수가 낮은 북유럽 국가로 진출하라는 뜻이었다. 이코노미스트의 조언이 고맙긴 하나 우리나라의 ‘오 주임’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북유럽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인재전쟁에서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부모휴직’으로 전환함으로써 포용성을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기업에 대해서까지 ‘부모휴직 의무화’를 요구한다. 아빠의 육아휴직 의무화는 ‘육아와 커리어’를 다 갖고 싶어하는 여성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세대 아빠들의 지지를 받는다. 육아가 큰 책임을 요구하는 장기프로젝트이든, 또는 큰 기쁨을 주는 과정이든 엄마와 아빠가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평등한 가정과 인재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빠른 해결책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