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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는?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정 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하고,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전망할 수 있는 외교의 핵심어가 ‘가치’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 유럽 국가와의 협력외교를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일관계의 개선 의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는 시장 경제,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공유한 양국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윤석렬 정부는 4월 24일 정책협의단이 동경을 방문해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면담하는 등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 후속 조치로 5월 3일 서울에서 이상렬 한국 외교부 아태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약 6개월 만에 국장급 협의를 개최하여 한일 간 제반 현안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실질적 관계개선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 중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추진 등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복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정치에 끌어들여 외교가 실종되고 국민감정이 충돌되는 정체성의 정치화가 ‘반일’ 혹은 ‘혐한’으로 표출되는 것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하여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 뇌관을 피하면서도 한일 협력의 윈-셋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동면 상태의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섣부르고 과도한 해법을 추진하기보다 유연성 있게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 온 대일정책 기조의 전환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는 안보협력의 강화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안보 문제의 본질은 지구적 차원에서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에 따른 취약성이 안보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동북아 지역 안보 환경의 변화가 윤석열 정부로서는 중국의 변수와 북한의 위협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고 정보 공유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은 한일 양국에게 안보협력의 강화를 주문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역내의 평화와 번영을 정착하기 위한 한일관계 복원의 기회로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전제조건인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의 안정화를 추진하면서 실질적인 한일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둘째는 경제연대를 통한 상호협력을 증진할 전망이다. 한일관계에서 경제 문제는 안보 문제와 연동되어 있기에 관계개선의 주요 원동력이다. 무엇보다도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서 무역과 첨단 기술 무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들과의 ‘신뢰가치사슬(TVC: Trusted Value Chain)’ 합류를 통해 미래지향적 협력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운용하는 이웃 국가라는 점에서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수출주도형 경제를 운영하는 한국은 역내 경제협력 참여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양국의 기업과 시장은 경제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한 경제연대는 상호협력이 보다 증진되고 쌍방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가입하려는 CPTPP가 일본의 도움으로 완결된다면 양국 관계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셋째는 민간교류의 확대를 강화할 전망이다.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밑에서부터,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점진적인 접근이 중요하며, 성급한 성과나 결과보다 참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과 도쿄의 정치적 접근을 통해 최악의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양국 국민의 정서 또한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윤석열 정부는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운항 재개 등 감염병 사태 장기화로 정체된 민간부문의 인적·물적 교류를 대폭 확대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에 발맞추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를 휩쓸고 있는 K-POP이나 한류 드라마 그리고 한국 음식 문화 등과 같은 우수한 문화를 앞세운 민간차원의 접근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과도 금방 나오지 않겠지만 양국 국민감정을 호전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기에 한일관계 복원의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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