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괜히 건드리지 마라” 격언… 스피스·리디아 고, 스윙 바꿨다 슬럼프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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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스윙 교정의 함정
골퍼, 다른 종목 선수보다 완벽함 추구 성향 더 강해
“거기까지 잘 올라왔다면 왜 그 스윙을 의심합니까”
우즈 “최고라도 개선 필요” 4승 뒤 교정 ‘최다승’ 기록
스윙 교정과 관련해 골프계에는 “잘 되고 있다면 괜히 건드리지 마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타고난 감각적 스윙으로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오픈)과 마스터스를 각각 2차례나 우승한 스페인의 골프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1957∼2011)가 대표적인 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처럼 장타로 전장이 긴 US오픈을 제패하고 싶었던 바예스테로스는 스윙 교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다시는 우승하지 못했다. 최근만 하더라도 전 세계랭킹 1위였던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와 조던 스피스(미국) 역시 스윙 교정으로 지독한 슬럼프에 빠지는 홍역을 앓았다.
그런데도 많은 골퍼가 자신의 스윙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보다 완벽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나 축구는 상대가 있을 뿐 아니라 쉴새 없이 움직이는 공에 곧바로 반응해야 한다. 경기의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쉽게 수긍된다. 하지만 골프는 가만히 서 있는 공을 온전히 자신만의 페이스로 친다. 나만 잘한다면 완벽한 샷이 가능할 것 같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의 환상’이라고 부른다.
스윙 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데뷔 첫해에 2승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등장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듬해인 1997년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총 4승으로 상금왕까지 오른다. 그런 그가 시즌 후 갑자기 스윙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마스터스에서 2위와 무려 14타 차로 우승한 스윙을 버린다고 하니 다들 미쳤다고 했다. 당시 우즈는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스윙이라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다. 역대 최다승으로 그는 전설이 됐다.
최근 스포츠과학에서는 인간의 몸을 하나의 복잡계로 파악하고 설명하려는 움직임이 대세다. 우리의 몸이 새로운 자세와 동작에 맞게 근골격계와 신경계 등 움직임에 관여하는 다양한 요소가 다시금 재구성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자세와 동작이 매우 불안정해지는 시기를 경험하는데, 이것을 임계요동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 몸이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마치 물이 99도까지 부글부글 끓기만 하다 100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체로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스윙도 기존의 스윙이 새로운 스윙으로 바뀌기 직전,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골퍼가 이 난관을 넘지 못한 채 포기하고 원래의 스윙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즈의 성공을 도운 스윙 코치 부치 하먼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감수할 생각이 없는 골퍼라면 아예 스윙 변경을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와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진 골퍼만이 좋은 골퍼를 넘어 위대한 골퍼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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