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 파노라마]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협업, 기술이 가져온 창조의 기회 / 주다영(AI디자인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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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디자인 파노라마 ⑰ 주다영 국민대 조형대학 AI디자인학과·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부교수 딥러닝 기반 모션 스켈레톤 검출기법 예시. 출처=김나은 국민대 AI디자인랩 연구원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인공지능 창작도구 계속 성장하는 웹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작가가 아웃라인을 그리면, 자동으로 인물과 배경 등을 채색해 주는 툴을 제안하였다. 네이버는 이뿐 아니라, 실사 이미지를 특정 웹툰 캐릭터로 바꾸는 ‘얼굴 변환’이나, 불법 이용자를 탐지하는 ‘툰 레이더’, 부적절한 컷을 자동 필터링해 주는 ‘툰 세이퍼’, 웹툰 속 인물 등 오브젝트를 자동으로 따내는 ‘오토 누끼 따기’ 등에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해 지속해서 고도화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웹툰 창작도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종이책 만화시장에 비해 웹툰은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좀 더 빠르고 쉬운 창작과 상대적으로 완성도나 그림 기술이 덜 개입된 이미지도 수용하는 분야다. 그러므로 이미 여러 직종의 종사자들이 부속 작업(subjob)이나 취미에서 시작해서 전업이 되기도 하고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가 아닌 종사자가 상당히 많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지의 완성도는 웹툰의 성공에 큰 역할을 차지하기도 하고, 웹툰은 노동집약적이며 매주 마감이 있는 시스템으로 많은 어시스턴트가 필요하기도 한 분야다. 네이버의 ‘웹툰 AI 페인터’는 아이디어와 스토리가 있는 개인이 다른 비용이나 도움, 특별한 환경 없이도 전문적인 창작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창작 혹은 창조가 기술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현실화 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분야는 웹툰 이외에도 창작의 영역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러한 단순 노동에 가까운 작업을 기계가 대신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인간에게 노동보다 창작에 집중하는 기회가 된다.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직접 구축한 3D 공간의 모습. 출처=석정현, 김창수 국민대 AI디자인랩 연구원
트렌드에 밝아서일까. 패션은 역사적으로 기술이나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디자인 분야다. 메타버스가 빠르게 대두되는 가운데 가장 명확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사용처를 발견한 것도 패션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속속 가상 부티크를 열고 타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이용자들에게 현실 세계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가상의 공간에서 팔고 가상화폐를 받았다. 현실에 비해 한참 저렴한 이 아이템들은 가상세계의 자신을 더욱 멋지게 꾸며 주기 때문에 특히 젊은 세대에게 환영받고 거래도 활발하다.
또 시공간을 초월해 매장 운영에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의 사용자가 활동하는 만큼 대단히 거대한 새로운 시장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가상 커뮤니티는 여럿 존재하였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있어서 성공의 키를 얻기 어려웠다면, 지표만 보았을 때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2018년 출시한 ‘제페토’가 이룩한 2년여 만에 200여 개국 서비스, 누적 가입자 3억 명 돌파, 월간 활성 이용자 2천만 명, 아이템 누적 판매량 23억 개,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200만 명 크리에이터의 400만 개 이상의 아이템이라는 성과는 대단한 성공이다.
이 플랫폼이 사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공동 활동을 추구하므로 시기적으로 비대면이 필수였던 코로나 팬데믹도 일부 역할을 했겠지만, 패션과 창작자들의 적극적 열정과 플랫폼의 기술적인 서포트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제대로 된 기술이 잘 만든 환경을 제공하면 디자이너에게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이 제안하는 새로운 디자인 프로세스 제품, 건축, 가구, 기계, 자동차, 항공 분야 등에서 활용되어 온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은 이미 인간 중심의 디자인 과정에 기술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례로 유명하다. 이 방식은 인공지능 SW와 클라우드의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대상의 수치적인 스펙, 즉 크기, 높이, 강도, 소재, 하중 등의 파라미터를 입력하면 수천 개의 설계가 3차원으로 생성, 제공되는 형태이므로 제조 분야에서 프로세스의 신기원이라 할 만하다.
이 방법은 기본적으로 설계와 제조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적 문제를 디자인 시점에 개선할 수 있는데,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인간이 생각하기 어려운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한 명의 특출난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수준의 항상성을 가진 결과를 다수의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는 고급 제조 설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개인의 경험, 노하우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결국 인간 전문가의 필요를 없애는 효과도 가지고 있으므로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서의 정교함과 강점을 연마해 온 전문가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컴퓨터, 기계, 혹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위에서 설명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방식 혹은 제너레이티브 제조 과정(generative manufacturing process)을 생각해보자. 이 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한 대상에 대해서는 기술 사용에 투입되는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 즉 매우 복잡하고 어렵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서 특히 더 효과가 있다. 이 프로세스의 성공사례로는 에어버스 항공기의 복잡한 격벽 설계가 비행기 중량을 45%나 절감한 예가 있는데, 항공기에서의 중량은 대단한 에너지 절감과 경제적 가치가 있다. 이 회사는 이 설계 하나로 연간 승용차 약 9만6천 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인간과 기술의 협업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에 도달했다. 우려나 걱정, 혹은 ‘왜’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함께 일해서 인간이나 컴퓨터 각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도전하고, 또한 우리가 미처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함께 개척할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왔다.
국내 대표 엔자이너(엔지니어-디자이너) 연구자로 교육적, 학술적, 산업적으로 융합연구의 성과를 증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전공의 경계 없이 학생과 연구원들을 선발해 최근 10여 년간 논문 165편, 특허 74건, 산학 85억 원, 수상 20회의 성과를 도출했다. 주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과 서비스, UXUI 개발에 기여했다. 연세대와 한양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AI디자인학과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AI디자인랩’과 ‘기술과디자인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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