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중국이 미국 이기기 어려운 이유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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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에서 권위주의 세력이 대두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10여 년 전까지 확실해 보였던 자유민주주의 승리의 전망은 의심스러워졌다. 위기의 핵심은 미·중 대립이다.
최근까지 한국에서는 중국을 떠오르는 초강대국으로 보며, 미국과 중국을 명청교체기의 명나라와 청나라에 비유하는 주장이 종종 들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기본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종합 경제력이다. 하지만 경제력은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 중국이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가장 먼저 인구 위기를 언급해야 한다. 이미 2012년부터 중국의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총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곧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하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노동력을 성장의 바탕으로 여겨온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텐데,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는 중국의 성장을 더욱 감속시킬 것이다. 작년 중국의 출산율은 1.15명, 고령화율은 14%였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도 국내에서 출산율 문제가 없지 않지만 여전히 이민자들에게 매력이 제일 큰 나라다. 해외에서 돈을 투자할 부자들도, 첨단 기술을 개발할 기술자들도, 열심히 일할 노동자들도 많이 오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 인구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계속 증가할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고령화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 덕분에 미국 경제는 중국보다 더 빨리 성장할 전망도 있다.
둘째, 중국은 소프트 파워가 없다. 미국의 국교로 볼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국가와 사회를 건설할 구체적인 전략으로 세계인들에게 매력이 대단하다. 그런데 중국은 포괄적인 사상이 있을까?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것은 공산당 통치하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권위주의를 예쁘게 포장하려는 말일 뿐이다. 시진핑이 주장하는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 패권을 정당화하려는 사상이지만 구체성이 아예 없다. 미국 모델은 거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중국 모델은 베트남처럼 공산 체제를 시장경제로 순조롭게 대체하려는 극소수의 나라에만 쓸모가 있다. 미국인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이 세계에 아주 많지만 중국인처럼 살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 정도 있을까?
이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 특히 대중 문화는 세계 어디서나 인기가 매우 많다. 미국 작가들은 물론 사회 주류나 민심을 무시할 수 없지만, 정치 검열 등이 거의 없으므로 사람들이 보고 싶고 읽고 싶은 작품을 만든다. 중국에서도 세계 수준의 작가들이 있지만 공산당의 검열 등의 이유로 공식 사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중국공산당 선전이나 중화민족주의로 가득 찬 작품을 볼 생각이 없다.
셋째, 문제는 동맹관리 능력이다. 물론 미국이 가치 중심의 외교를 한다는 주장을 지나치게 믿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국익이 미국의 사상·가치와 충돌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사상과 가치는 패배한다.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원칙은 때때로 미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중국 외교의 경우 국익은 거의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은 이런 태도 때문에 이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많다.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타국의 마음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태도와 사상 때문에 미국은 군사력 및 경제력의 기반인 동맹 구조를 잘 유지·확장할 수 있다.
미·중 신냉전은 미·소 냉전처럼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 같다. 중국은 세계에서 패권을 얻기 어렵지만, 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달성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한국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을 비롯한 민주 진영의 승리는 거의 확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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