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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지 않으면 괜찮다?… 골프는 스스로를 감시하는 ‘양심 스포츠’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규칙 위반과 스포츠 도덕성

자기 공이 아닌걸 알았으면서

경기 끝까지 모르는 척 플레이

소문 퍼지자 한달 지나 신고해

선수의 사회적 책임·의무 위해

KLPGA 차원 윤리 교육 필요

 


최근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기대주로 주목받던 한 선수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규칙 위반으로 징계와 여론의 질타를 받아 골프 인생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이 선수는 지난 6월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선수권 1라운드 15번 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졌고 공을 찾는 도중 누군가 잃어버린 공을 자신의 공으로 착각해 플레이했다.

 

여기까지는 라운드 중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오구플레이로 2벌타를 받고 다시 러프에 가서 자신의 공을 찾거나 3분 안에 공을 찾지 못하면 분실구로 처리한 후 추가로 1벌타를 더 받고 직전에 샷한 지점으로 되돌아가 플레이를 계속하면 그뿐이다. 그린 위에서 공을 집어 들었을 때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모른 체하며 계속 경기를 이어나간 것이 문제였다. 결국 무려 한 달이나 지난 뒤 자신에 대한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비로소 규칙 위반 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이 선수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뛰어난 신체조건에 한국 여자골프에서 보기 드문 장타를 구사해 한창 인기몰이 중이었다. 뒤이어 출전한 대회에선 압도적인 기량으로 생애 첫 우승까지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최고의 선수가 왜 기본적인 골프 규칙도 무시하며 골프팬은 물론 자신의 양심까지 속이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됐을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킬 염려만 없다면 누구나 비윤리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코레일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부정 승차로 적발된 사람이 9만 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494명으로 대부분 요금을 내지 않고 타는 무임승차다. 승차권 구매 여부를 확인하는 개찰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 경기가 벌어지는 골프 코스는 보통 축구장 100개 넓이의 엄청난 크기다. 경기장이 이렇게 넓다 보니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이 따로 없어 속임수의 유혹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미국골프재단이 일반 주말골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8%의 주말골퍼가 라운드 중 규칙을 위반한다고 대답했다. PGA투어에서도 무려 44%의 골퍼가 라운드 중 규칙을 위반하는 동료의 부정행위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덕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1927∼1987)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도덕성이라고 보고 인간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모두 여섯 단계로 나눴다. 콜버그에 따르면 처벌을 피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법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도덕성 발달의 가장 낮은 1∼2단계로 보통 유아나 초등학생이 여기에 속한다.

 

골프는 심판 없이 골퍼가 자신의 규칙 위반 여부를 스스로 감시하고 판단하는 스포츠다. 보편적인 도덕 원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양심적인 행위를 실천하는, 콜버그가 주장한 여섯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한다. 어드레스 도중 아무도 보지 못한 공의 미세한 흔들림을 자진 신고한 후 경기위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2벌타를 부여해 결과적으로 우승을 놓친 미국의 골프 영웅 바비 존스(1902∼1971)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 규칙 위반으로 문제가 된 선수는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아 도덕성 발달 단계가 아직 1∼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열심히 했지 인성을 기를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별로 얻지 못한 탓이다. 존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수들의 도덕성 발달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스스로 옳은 행동을 실천할 줄 아는 3∼4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지속적인 골프 규칙과 스포츠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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