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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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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유감 /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연말부터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오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 원래 정치개혁은 듣기에는 좋아도 막상 선거에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현역 의원들 사이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불가능에 한없이 수렴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해가 되자마자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국회의장은 이를 위한 일정표를 제시하는 등 갑자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초점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에 맞춰졌다.


과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두 정당이 모든 정치적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가 완화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서 대표될 수 있을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의 기초의원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치러지고 있으며,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1,030개 중 487개가 3인 이상 선거구였다. 그러나 전체 기초의원 당선자 2,601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은 2,434명으로 93.6%에 달했다.


물론 중대선거구제도 나름의 장점을 가진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사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한 지역주의 완화에도 일정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도 두 개의 정당이 주도하는 정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대신 수도권과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두 정당이 사이좋게 의석을 나눠 갖는, 그러면서 영호남에서 한 줌의 의석을 상대 정당에게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대안인, 그러므로 상대에게 협조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국회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전체 의석의 18% 남짓에 그치는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이 비례대표를 통해 유의미한 의석을 차지하고, 결과적으로 국회의 다양성과 대표성 증진을 꾀할 수 있다. 나아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충분히 늘어난다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도 일정 숫자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위성정당을 만들 유인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역구 축소가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어렵다면, 총의석수를 늘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다만 이때 넘어야 하는 난관은 국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의원 수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러나 총선이 1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를 이리저리 쪼개고 붙여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작업이 의원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보다 결코 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말을 하는 용기일 뿐이다.


물론 완벽한 선거제도란 존재하지 않으며, 비례대표를 확대한다고 해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들이 일소될 것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가 현재 우리 정치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해답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것은 무지와 오해의 소산인가, 아니면 정치개혁의 기치 아래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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