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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우즈, 벌타받아 우승 못했다면… ‘현재의 전설’ 없었을 수도[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우즈의 뒤바뀐 운명

아마추어 마지막 대회 결승전서
경쟁자 도움으로 접전 끝에 승리

경기에 진 스콧은 2부투어 전전
우승했다면 인생 바뀌었을수도

 

 

 


지난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드라마는 단연 ‘재벌집 막내아들’일 것이다. 우연히 6억 달러의 비자금을 발견하며 운명이 뒤바뀐 한 사내의 기막힌 이야기다. 만약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를 정복했더라면? 몽골이 파죽지세로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을 때 갑자기 오고타이 칸이 죽지 않았더라면? 역사에는 결코 가정이 없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결정적인 변곡점이 된 이런 사건들이 만약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게 한다.


여기 두 사내가 있다. 한 명은 골프사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업적을 이루며 전설이 됐고, 또 다른 한 명은 평범한 동네 골프장의 헤드 프로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때 정상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다투던 경쟁자였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1996년 미국 오리건주 펌프킨리지골프클럽에서 열린 US아마추어챔피언십이었다. 당시 타이거 우즈는 프로 데뷔를 앞둔 스무 살의 아마추어 골퍼였고, 우즈의 결승전 상대는 한 살 어린 플로리다대의 골프 유망주 스티브 스콧이었다.


아마추어 대회임에도 우즈의 높은 인기 탓에 골프장은 1만5000명이 넘는 갤러리로 꽉 찼고, 경기는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대회 3연패를 노린 우즈의 일방적인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 흐름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오전 라운드에서 스콧이 우즈를 무려 5홀이나 앞섰다. 우승으로 아마추어 경력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요량이었던 우즈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식사 후 오후에 다시 경기가 재개되자 우즈는 분발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경기는 16번 홀에 이르렀고 두 사람의 점수 차는 2홀로 줄었다. 먼저 파 퍼트를 하게 된 스콧은 퍼트 선상에 있던 우즈의 볼마크를 옆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파 퍼트를 넣은 스콧은 우즈의 버디 퍼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긴장한 탓인지 우즈가 볼마크를 원래 위치로 옮기지 않고 그냥 퍼트를 하려는 게 아닌가. 순간 스콧은 그 사실을 우즈에게 알렸고 화들짝 놀란 우즈는 원래 위치에 다시 공을 옮긴 후 퍼트를 성공시켰다.


만약 이때 스콧이 우즈의 실수를 모른 체했다면 우즈의 벌타로 그 홀을 이기며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우즈는 17번 홀에서 10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어이 동점을 만든다. 두 사람은 결국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스콧은 우즈에게 패하고 만다. 갤러리로 우즈의 극적인 우승 장면을 직접 지켜본 나이키 회장은 그가 농구의 마이클 조던만큼 성공할 것임을 확신했다. 그러고는 곧장 자신의 전용기에 우즈를 태우고 4000만 달러의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우즈의 이야기는 여러분이 잘 아는 대로다. 반면 스콧은 3년 후 대학을 마치고 프로에 데뷔했으나 6년 동안 2부 투어만 전전하다 은퇴했다. 만약 이때 우즈가 패했더라면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혹시 스콧은 우즈를 꺾은 자신감을 발판 삼아 필 미켈슨 못지않은 라이벌로 성장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지는 않았을까? 반대로 우즈는 패배의 충격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나이키와의 계약도 불발돼 힘들게 프로 생활을 이어가지는 않았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스콧은 캐디를 맡아줬던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와 결혼해 아들, 딸을 낳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잘나가던 우즈는 성 추문으로 온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결국 이혼까지 했다. 골프에서는 이겼을지 몰라도 인생이라는 라운드에서는 우즈가 OB(Out of Bound)를 제대로 한 방 날린 셈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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