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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情談] 콤팩트 시티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콤팩트 시티는 동어반복이다. 도시라는 것이 조밀하고 밀집된 삶의 형태인데 이를 압축한다는 말이니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시 형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 도시가 고유의 특성과 장점을 잃고 느슨하고 지나치게 낮은 밀도로 개발돼 도시만의 특성과 장점을 잃게 됐다는 반성의 의미를 담는 용어다. 지난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마련된 3기 신도시 계획들에는 당시 유행에 따라 콤팩트 도시 개념이 모두 담겨 있다.


그러나 기계적이며 형식적으로 포함돼 있을 뿐 이전 신도시들과 다를 바 없다. 8차선의 너른 도로, 녹지, 저밀도, 고층 단지 같은 익숙한 풍경으로 채워 있다. 인간적인 도시, 걷는 도시에 대한 고민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서울 도심 도달 시간 정도다. 시민 모두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임을 자인하는 장면이다. 소위 ‘시장’이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세력이 공급이 부족하다며 3기 신도시를 부추기고 재촉했지만 경기 하락을 겪으며 다시 숨죽이는 시점에서 도시를 제대로 콤팩트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콤팩트 도시는 크게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로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중심적이며, 둘째로 저밀도 고층건물보다는 저층고밀도를 지향한다. 두 가지 특성은 서로의 조건이 되고 결과가 되기도 한다. 건물이 촘촘하게 붙어 있고 걷기 편하게 만들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건물, 사람과 도시의 관계가 밀접한 인간적인 도시 환경을 만든다.


다른 특성 하나는 복합용도다. 도시를 주거와 업무, 상업, 위락 등으로 나누지 않고 한 건물에 두 가지 이상의 용도가 섞이게 된다. 특히 주거는 어떤 용도와도 결합해 도시가 24시간 생동하게 하며, 다양한 소득계층이 도심에 살 수 있게 된다. 목표한 숫자만큼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더 많이 해제하고 무리하게 용적률를 높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도시. 건축적 해결이지만 아직 정책 입안자들의 머릿속 선택지에는 들어 있지 않은 듯하다.


콤팩트 도시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유명한 것이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인데 금세기에 들어서며 전 세계 거의 모든 도시가 이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무분별한 공간적 확장보다는 콤팩트한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인간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자각을 거친 후였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최근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계획이다. 최첨단 도시를 지향하지만 여기엔 자동차나 자동차를 위한 도로 개념 자체가 없다. 도시는 거대한 구조물로 압축돼 걷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워낙 과격한 계획안이어서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도시와 자동차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핵심 개념만큼은 살아남을 전망이다. 반대편 극단에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있다.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다. 초고층 건물과 슈퍼카들이 넘쳐나지만 대중교통은 열악하고 교통 체증은 심하다. 걸어서 5분이면 족할 거리를 이동하는 데 30분이 걸리는 비효율적이며 고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연초에 확정된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안’은 콤팩트 도시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아파트 35층 제한 해제가 대표적이다. 무질서하게 띄엄띄엄 솟아오르는 고층 아파트가 한강과 남산을 흉측하게 가리는 일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네옴시티보다는 두바이로 향하는 퇴행적 선언이다. 구릉지 역사 도시 서울이 평탄한 허허벌판 사막에 새로 지어진 두바이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인구의 85% 이상이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고 이들 ‘임시 시민’에 대한 배려가 허술한 두바이와는 달라야 한다. 저속하고 천박하며 근시안적인 부동산 시장의 요구를 뿌리칠 만큼 서울 시민의 삶과 공간은 중요하다.


신도시나 서울이나 더욱 콤팩트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간적이며, 친환경적이고, 선진적이며, 효율적이고, 경제를 살리며, 부끄럽지 않게 후대에 물려줄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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