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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어·우 탈환 전투로 '제2 체르노빌' 우려되는 자포리자 원전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로이터 연합뉴스

 

 

러, 점령지 전력공급 위해 원전 신속 점령
방사능 유출 우려에도 7월 이후 치열 전투
비상 발전기 멈출 경우 악몽 재연 우려


지난 8일 케르치대교 폭발 사고 이후 러시아의 보복은 거셌다. 케르치대교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와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로서 크림반도로 주요 물자를 공급하는 핵심 도로망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10일부터 5일간 우크라이나 전역의 10여 개가 넘는 지역에 폭격을 가했다. 키이우, 리비우, 하리키우, 드니프로, 자포로지아, 니콜라예프 등에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동시다발 공습을 가했다.


고정밀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격의 주된 타격 목표는 발전소를 포함한 전력 공급망과 통신망이다. 30여 개의 에너지 설비에 대한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의 약 30%가 파괴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외로의 전력 수출을 중단하고 에너지 인프라 재건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은 폭격으로 파헤쳐진 도로의 구멍을 메우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번 전쟁에서 전력망 장악 혹은 파괴는 러시아군의 중요한 군사 목표이다. 한 달 전에도 러시아군의 하리키우 화력발전소 미사일 공격으로 해당 주가 완전한 정전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습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내륙 지역에까지 광범위하게 타격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전력망과 관련해서 자포리자 원전 사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니아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로서 유럽 최대 규모이다. 이 원전에서만도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20%를 생산했다. 그래서일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열흘도 안 되서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다. 자포리자 원전이 돈바스 지역이나 크림반도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포리자주가 완전히 러시아군 손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다.


러시아가 왜 자포리자 원전에 집착하는지는 크림반도 병합 이후의 상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는 자국 본토에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수로와 전력을 차단했다. 2015년 12월 30일 이후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전력공급이 완전히 끊겨서 크림반도의 주민들은 수년 동안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를 겪었다. 심페로폴과 세바스타폴에 화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한 2018~2019년에 가서야 전력 상황이 개선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영토 병합과 더불어 해당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장악할 필요성이 있었다.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면 현재 러시아가 병합했다고 선언한 모든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그토록 무리해서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 6월 크림반도의 화력발전소에 가스를 공급하는 보이카 타워가 우크라이나군의 타격으로 파괴되어서 전력 생산이 중단되었으니 자포리자 원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원전을 방어하려는 러시아군과 원전을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군 간의 전투는 치열하다. 7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전투와 폭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의 불안정성이 심각한 방사능 유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4개 주의 병합 선언과 더불어 10월 6일 이 원전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자포리자 원전이 안전하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현재 이 발전소의 원전 6기가 모두 안전을 이유로 작동을 멈춘 상태이다. 문제는 원자로 과열을 막으려면 냉각기를 계속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6일과 8일 또 다른 폭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의 외부 전력선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현재 비상용 디젤 발전기로 임시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지난 한 주 2번이나 정전 사태를 겪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보면 안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라도 최소한의 합리성이 작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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