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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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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속 감사원, "소는 누가 키우나"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열린 법무부 종합국정감사에서 24일 최재해 감사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올해도 논란만 남기고 눈에 띄는 성과 없이 국정감사가 마무리되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니 특별히 놀랍지 않다. 애초에 수많은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20일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하물며 그 짧은 시간을 쪼개 여야로 나뉘어 싸우기도 해야 하니 피감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나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다.


수박 겉핥기식 국정감사 제도의 대안은 이미 오래전에 제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상시국감'이다. 특정한 날을 정해 모든 기관에 대한 감사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대신에, 각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시기와 기간을 결정해 수시로 소관 기관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시국감이 도입되면 기관당 감사 기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국회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전문성 역시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시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국정조사를 위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실시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째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국회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가?


필자의 추측으로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국정감사 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공생관계가 낳은 결과이다. 행정부로서는 당연히 상시국감이 반가울 리 없다. 하루만 눈 딱 감고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견디면 남은 1년이 편안하다. 이런저런 지적을 받아도 그저 확인해보겠다고 조아리기만 하면 실제로 확인하고 시정했는지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간도 얼마 주지 않고 엄청난 양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짜증이야 나겠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그래서 민감한 내용을 감추기도 편하다.


국회의원으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 뭐가 되었든 한 건만 터뜨리면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어차피 내실 있는 정책감사를 할 여건이 안 되니 딱히 열심히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저 눈길을 끌 수 있는 퍼포먼스만 준비하면 된다. 솔직히 1년 내내 수시로 감사가 진행된다면 업무만 늘어날 뿐, 열심히 일해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려우니 다음 선거를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당이 집권당이 되면 혹시라도 자신이 장관 자리 하나 꿰찰지 모르니 굳이 행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지 의문이기도 하겠다.


현행 국정감사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이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결산하고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회계를 상시적으로 검사함으로써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모순적인 현실은 감사원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는 법적 선언만으로는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리 없으며,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다시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될 뿐이다. 어쩌면 감사원장의 발언은 모두 알면서도 무시해 온 현실을 인정한 용기 있는 자기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막막하기만 하다. 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