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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공수처 2기 준비해야 할 때다 / 윤동호(법학부) 교수

공수처 출범 4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1월 20일이면 공수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초대 처장으로서 우리 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소임을 다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는 구성원에게 한 공수처장의 약속은 지켜질 것 같다.


공수처법 제정도 공수처 출범도 모두 순탄치 않았는데, 출범 이후 연속된 힘든 시간도 견뎌야 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수사능력도 없고 수사의 인권친화성과 정치적 중립성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과 질책을 쏟아냈다. 야당도 지지와 격려보다는 실망감과 아쉬움을 보내오다 관심에서 멀리 두는 분위기다.


공수처가 출범하고 9개월 뒤에 비로소 검사 23명, 수사관 36명이 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2년에 불과했다. 공수처의 최대 구성인원인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을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 가장 최근 특별검사인 '고 이예람 특검팀(검사 15명, 수사관 70명)'보다 소규모다.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 비율은 1 대 3 정도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는 높아서 사건이 쏟아졌다. 공수처가 문을 열고 2023년 1월까지 약 2년 동안 총 6185건을 접수했다. 한달에 약 260건을 처리했다. 통신분석프로그램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설치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행정인력도 20명에 불과한데 이 또한 공수처법에 규정돼 증원하려면 공수처법 개정이 필요하다.


검찰청 검사가 가장 많은 수사대상


그럼에도 공수처는 설립 취지에 맞는 활동을 해왔다. 수사의 대상에서 멀리 있었던 검찰청 검사가 공수처의 가장 많은 수사대상이었고 대부분 까다로운 직권남용혐의였다. 공수처의 1호 기소대상도 전직 검사였고 수뢰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전·현직 검사가 연루된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의 현직 검사도 공수처의 기소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최근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공수처는 여야의 정치적 공방 속에 출범했다. 출범 자체가 정치적이었다.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적 성향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입건 여부를 좌우하거나 정치적 성향을 위해서 진실을 왜곡·은폐·조작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과 인원 확보 및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활동하는 행정차장을 신설하는 등 정치적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주어야 한다.


공수처장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공수처 2기를 준비해야 한다. 공수처법상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는데, 처·차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처·차장이 포함된 인사위원회 구성과 제청 등의 절차가 지연돼 당연 퇴직될 수 있다. 후임 공수처장이 임명되어야 차장이 제청되고 인사위원회에서 공수처 검사의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의 수사 및 공소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


2기 공수처는 검찰청 검사처럼 공수처 검사도 정해진 임기 없이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도록 신분보장을 하는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공수처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검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물론 인원과 예산의 확대와 더불어 관련사건의 범위를 확대하는 공수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검사의 수뢰죄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이 검사에게 제공된 뇌물이 기업의 자금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그 기업인의 횡령·배임은 현행 공수처법의 관련사건이 아니어서 수사할 수 없다. A검사의 폭행죄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B검사가 부당하게 불기소처분을 해서 폭행죄 피해자가 B검사를 직권남용죄나 직무유기죄로 공수처에 고발한 경우 A검사의 폭행죄도 관련사건으로 수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수사역량 발휘할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은 공수처의 인원과 예산의 확대가 힘들다고 본다. 공수처의 조직과 규모가 확대되기 전까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시적으로 선별입건제도의 재도입이 필요하다.


2기 공수처는 기소권이 있는 사건만 수사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검찰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모두 검찰·경찰에 이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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