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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 80% “골프, 새로운 사업위한 인맥 구축에 도움”[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CEO들은 왜 골프를 좋아할까?

긴 라운드하며 친밀감 쌓아

고객관리·영업 활동에 유용

경영 능력 키우는 좋은 도구

업무 성과 높이는데 큰 영향

코스 매니지먼트 하는 골프와

다양한 전략 필요한 경영 비슷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 CEO의 90%가 골프를 친다고 한다. CEO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EO의 80%는 골프가 새로운 사업을 위한 인맥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93%는 골프가 거래처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골프를 치는 CEO는 높은 업무 성과로 골프를 치지 않는 CEO보다 평균 17%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의 골프 사랑은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법인회원권 가격이나 법인카드의 골프장 지출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의 개인회원권 평균 가격은 2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이 주로 이용하는 무기명 회원권의 평균 가격은 13억 원을 훌쩍 넘는다. 한편 과거 접대비로 불렸던 기업의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를 보면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8년 1조1103억 원에서 2023년 1조8712억 원으로 5년 만에 68.5%나 늘었다.

 

골프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은 골프만이 가진 특징 때문이다. 골프는 경기 시간이 가장 긴 스포츠다. 5시간가량 함께 라운드하면서 수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라운드 후에는 다 같이 사우나, 식사까지 하고 나면 처음 만난 사이라도 금세 친해질 수밖에 없다. 술 접대 대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CEO의 골프 사랑에 한몫한다. 골프장과 반대로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8년 9146억 원에서 2023년 6244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처럼 골프는 고객 관리나 영업 등에서 유용한 비즈니스 수단으로 인식되지만,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거나 기르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CEO로 재임한 20년 동안 매출은 약 5배, 기업가치는 28배 이상 성장시키며 20세기 최고의 경영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 회장 잭 웰치(1935~2020)는 공식 핸디캡 3.8의 소문난 골프광이었다. 퇴임 후 발간한 책에서 웰치는 골프와 기업 경영은 많이 닮았으며, 자신은 최고경영자로서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의 상당 부분을 골프를 통해 배웠을 뿐 아니라,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골프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웰치의 말대로 골프와 기업 경영은 닮은 점이 많다. 라운드 동안 골퍼는 마치 기업의 CEO처럼 매 홀, 매 샷마다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며 갖가지 도전과 실패의 위험에 맞서야 한다. 이뿐 아니라 코스의 특징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어떻게 홀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규칙과 에티켓을 잘 지키며 끊임없는 속임수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흔히 그 사람을 알려면 같이 고스톱 한번 쳐보라는 말이 있지만 함께 라운드하다 보면 그 사람의 참모습이나 됨됨이가 단박에 드러난다.

 

골프가 CEO에게 인기 있는 이유에는 ‘베블런 효과’(비쌀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라는 사회심리적 요인도 있다. 한 월간지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CEO들의 평균연령은 59.47세로 CEO가 되기까지 평균 21.55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히 이를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은 욕구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값비싼 최고급 골프장 회원권은 이러한 CEO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지나치게 많은 골프장 회원권 보유와 임원들의 잦은 라운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적이 있다. 골프와 기업 실적 간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CEO의 적절한 골프 라운드는 기업 실적에 도움이 되지만 무엇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