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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거리 늘리는 ‘기술·장비’… “골프 본질 해쳐” 제한 강화[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드라이버 거리 증가 시대의 종언

티타늄 헤드·우레탄 골프공에
레이더 ‘공 궤적 추적’ 장비까지
30년간 드라이버거리 40야드↑

세계 골프규칙 관장 英 R&A 등
1998년부터 기술제한 지속해와

3년간 男 드라이버 거리 정체
2028년 골프공 반발력도 제한
평균 거리 9~11야드 감소 전망


미국골프협회(USGA)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각종 신소재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400∼500개가 넘는 새로운 클럽들이 시장에 출시돼 골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한바탕 격전을 치른다. 특히 드라이버는 교체 주기가 짧고 단가 또한 높아 한 해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클럽으로 용품업체마다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진화와 발전 과정은 S자 형태의 곡선 모양을 띤다. 이른바 ‘기술 혁신의 S-곡선 이론’이다. 새로운 기술이 처음 도입되면 시간에 따라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의 단계를 차례로 거친다는 주장이다.

 

드라이버 관련 기술도 마찬가지다. 골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새로운 기술과 소재가 도입되면 초기에는 드라이버 거리가 급격히 증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정체되는 S자 곡선 형태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수학에서 변곡점은 곡선이 오목에서 볼록으로 바뀌는 지점을 말하는데, S-곡선 이론에서는 신기술 도입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급속하게 향상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지난 30여 년 동안 드라이버 시장에는 크게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첫 번째 변곡점은 1990년대 중반 티타늄 소재와 정밀 주조 기술로 제작된 초대형 헤드에, 기존 스틸 샤프트보다 훨씬 가벼운 그래파이트 샤프트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260야드 남짓하던 미국 남자 프로투어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10야드 넘게 늘었고, 처음으로 평균 300야드를 넘기는 골퍼까지 등장했다.

 

두 번째 변곡점은 2000년대 초 반발력이 큰 폴리부타디엔(합성고무) 소재의 솔리드 코어에 부드러운 우레탄 커버를 씌운 3피스 골프공이 세상에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그 덕분에 2000년 273야드였던 남자 프로투어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006년 289야드로 단번에 16야드나 증가했다.

 

이후 한동안 정체되던 드라이버 거리는 201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레이더로 공의 움직임과 비행 궤적을 추적하는 론치모니터 장비가 널리 사용되면서부터다. 골퍼들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최적의 탄도와 백스핀을 찾아 드라이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노력 없이 거리를 더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 생체역학 분석과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통한 선수들의 파워 향상까지 더해지며 2022년 남자 프로투어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사상 최초로 300야드를 기록했다.

 

세 차례의 기술적 변곡점을 차례로 거치는 동안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60야드에서 300야드까지 무려 40야드나 늘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변곡점은 다시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과 USGA는 이미 1998년부터 고반발 페이스 금지, 2004년 헤드 크기와 반발계수(COR) 제한, 2006년 헤드 관성모멘트(MOI) 제한, 2022년 샤프트 길이 제한 등의 규제를 통해 지속해서 드라이버 거리 증가를 억제해왔다.

 

골퍼의 경기력이 기량이나 체력보다는 첨단기술이나 장비의 성능에 좌우될 수 있고, 이는 스포츠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골프 장비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면서 드라이버 제조 기술이나 소재 면에서 과거와 같은 혁신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마다 새로운 기술과 성능 향상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특별한 혁신 없이 겉모습만 살짝 바꾼 채 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일부 외관과 옵션만 바꿔 내놓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남자 투어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정체 양상을 띠고 있다. 2028년부터는 골프공의 반발력까지 제한하기로 되어 있어 드라이버 거리는 지금보다 남자프로는 평균 9∼11야드, 여자프로는 5∼7야드, 주말골퍼도 5야드가량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