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언론속의 국민

경력직을 ‘진짜’ 자산이 되게 하려면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아, 여기는 그렇게까지 안 해요.”

 

“과장님은 예전 회사 방식에 익숙해서 그래요.”

 

주변의 부러움 속에 성공적인 이직을 한 경력 입사자 B 과장. 아직은 낯선 환경이지만 자신이 잘 아는 주제를 다루는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냈다가 이런 반응에 부딪혔다. B 과장은 당황했지만, 동료가 마치 농담하는 것처럼 살짝 웃으면서 또는 뭔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말하는데 정색하며 대응하기는 힘들었다. 마음속에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불편함이 있었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 애써 모른 척했다. 

 

은밀하게 배제하는 미세공격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시선
경력자 위축시켜 조직에 손실
리더는 소통과 포용 강조해야

 

 

최근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 조직문화의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지만 미세하게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언행으로 미세공격이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 하락도 불러온다. 조직문화가 이미 형성된 집단에 새롭게 합류한 경력직은 외부자로 간주되며, 그들의 새로운 제안이나 태도는 쉽게 ‘이질적’이라 분류된다.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 해도 반복적으로 “우린 그렇게 안 해요” “여기선 그게 안 먹혀요”라는 말을 들으면 결국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니에요”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때 경력직은 소외감을 느끼고 조직 적응을 포기하거나 심한 경우 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자 및 공무원 생활을 거쳐 삼성그룹의 임원으로 활동한 남대희씨가 저술한 책 『미세공격 주의보』에서는 일상에서 행해지는 미세공격이 구성원들을 얼마나 위축시키고, 조직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예전 회사랑 많이 다르죠?” “오신지 얼마 안 되었는데 쉬엄쉬엄하세요~.”

 

자신을 위해주는 듯 말하는 동료들의 말이 가시처럼 마음을 따끔하게 하지만 이를 문제 삼자니 “예민하다”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을까 봐 쿨하게 넘겨야 하는 사례는 생생하다. 종이에 베이는 상처 때문에 병원에 가지는 않지만 매일 겪는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종류의 미세공격은 조직 문화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성과에 악영향을 준다. 그중에서 경력직에 대한 미세공격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지극히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구성원에게 공기처럼 당연한 조직문화가 경력직에게는 낯설기만 한데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유예기간이나 따듯한 시선을 바라기는 힘들다. 오히려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분위기까지 감돈다. 꼭 필요해서 채용한 경력인력이 미세공격으로 위축되고 이탈에까지 이른다면 조직이 치러야 할 비용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연결과 포용의 언어’다. 기존 구성원과 경력 입사자를 연결하는 언어(우리, 함께)를 사용하고, ‘우리는 당신을 동료로 환대한다’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경력직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다름에 대해 가치를 두는 리더의 태도는 구성원들의 마인드를 부드럽게 바꿔준다.

 

경력직 입사자를 연결하고 환대하는 분위기와 함께 업무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P&G는 경력직 사원을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조직에 불어 넣어주는 변화의 동력’이라고 표현한다. 출근 첫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춰주는 ‘Day 1’ 시스템은 경력 사원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첫 출근부터 조직의 일원으로 연결되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면 조직도, 경력직 입사자도 윈윈이다.

 

또 동료의 미세공격에 대해 ‘작은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미세공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양해될 수 없음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 말은 조금 불편할 수 있겠어요”라는 말로 부드럽게 미세공격을 일깨워주는 다른 동료가 있을 때 경력자는 안도한다.

 

HR 차원에서는 정기적인 소통 교육과 미세공격 사례 공유를 통해 예방적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경력입사자에 대한 적응 교육 시 이런 소통 채널이 있음을 알려준다. 미세공격을 느낄 때 조직의 누군가와 상담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있다면 조직에 적응할 마음이 생긴다.

 

만약 여러분 조직에서 “대단한 인재라고 해서 스카우트했는데 영 아니더라고” 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다른 조직에서 대단했던 인재를 미세하게 차별하고 배제해서 상처받지 않는 것이 목표인 조용한 퇴사자로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