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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의 테크읽기]차량용 반도체 격변기 누가 시장을 이끌 것인가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흐름 속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인피니언·NXP·르네사스 등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시장 확대 경쟁과 퀄컴·엔비디아·인텔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자율주행·인공지능(AI)·통신·디스플레이 관련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해부터 완성차의 실적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부품 업체와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 50%를 넘는 5대 메이저 차량 반도체 업체의 점유율도 소폭 감소하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 업체의 성장과 자율주행·SDV에 따른 시장 변화도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IT·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관련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상태다.

 

이달 7일 독일 차량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은 테크인사이트 2024년 차량용 반도체 시장 보고서를 인용해 13.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5년 연속 관련 시장 1위를 기록한 인피니언은 차량 프로세서 시장에서 32%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재 주요 차량 반도체 업체는 2024년 자동차 시장 둔화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프라사드 돈드 앰코테크놀로지 부사장은 차량 반도체 5대 메이저 메이커의 매출 감소와 퀄컴·엔비디아의 매출 증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4년 주요 업체의 매출은 각각 인피니언 2%, NXP 4%, ST 14%, TI 8%, 르네사스 1% 감소한 반면 퀄컴과 엔비디아는 아직 매출이 작기는 하지만 각각 68%·55% 증가를 기록했다. 1위 업체 인피니언의 자동차 관련 매출은 92억달러로 추정되며, 퀄컴·엔비디아 자동차 관련 매출은 각각 29억1000만달러, 1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율주행·AI·인포테인먼트 시장 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 시장에서는 화웨이·호라이즌·로보틱스 등 중국 반도체 업체 성장과 자동차 시장 변화에 따른 시장 개편 가능성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큰 변혁이 예상된다. 2009년 반도체 치킨 게임에 버금가는 시장 변화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SDV에 따른 프로세서 통합,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전기차에 따른 시장 변화, 완성차와 부품사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따른 변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 프로세서 기반의 제어기(ECU)와 프로세서 감소는 이미 진행 중이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초당 144조회(144TOPS) 속도의 'HW3.0'과 약 490조회(490TOPS)의 HW4.0에서 자율주행·차량제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인피니언 오릭스(AURIX) 3세대(G)는 하위 제어기를 AURIX 3G상에서 소프트웨어(SW) 모듈로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일 코어에 최대 8개 SW 모듈을 가상화해 하위 제어기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스텔란티스는 인피니언 프로세서를 이용해 차세대 SDV 구조에서 기존 120개의 ECU를 60개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GTC 2024'에서 차세대 플랫폼 '드라이브 토르'를 통해서 통합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차량제어로 나눠지던 구조를 2000TOPS 고성능 프로세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독일 인피니언도 급변하는 시장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인피니언은 RISC-V 기반 프로세서 전환을 빠르게 가져가면서 2027년부터 RISC-V 기반의 차량용 프로세서를 선보인다. RISC-V 프로세서를 이용해 차량 제어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관련 시장에서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 미국 중심의 프로세서 업체, 중국 업체 등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자동차-IT-반도체 강국 우리나라도 차량용 반도체 업체 육성을 위한 적절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의 장점을 잘 살려서 시장 성장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