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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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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공개와 AI 기술의 만남 / 김지혜(전자공학부) 교수

디지털 시대를 맞아 판결문 공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 판결문의 공개는 단순히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필수적인 방안이다.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법률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판결문 공개는 IT 산업과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PACER 시스템, 캐나다의 CanLII, 영국의 BAILII 같은 해외 사례는 이미 판결문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공개를 통해 법률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자연어 처리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판결문 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IT 기반의 법률 서비스 혁신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내 판결문 대부분은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공되기에 디지털 데이터 변환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로 인해 AI 기반 법률 서비스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충분한 양의 표준화된 디지털 판결문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아 기계학습이나 자연어 처리 기술의 정교화와 발전이 더디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법률 서비스 경쟁력을 약화하고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 개발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판결문 공개의 주요 제약 중 하나는 바로 개인정보 보호와 무죄 추정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판결문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민감한 정보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무분별하게 공개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무죄 추정 원칙 위반 등 법적·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무죄 추정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판결문을 안전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AI 기반의 정교한 익명화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검증된 데이터 마스킹 기술이나 자연어 처리를 활용한 민감 정보의 자동 탐지 및 삭제 기술 등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판결문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의 효과적 활용도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려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술 개발 및 도입을 위한 충분한 예산 지원과 관련 법·제도의 개선, 민간과 공공부문 간의 협력 체계 구축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판결문 공개는 사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뿐 아니라 IT와 법률 서비스 혁신을 위한 필수 기반이다. 현실적인 한계와 우려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때, 한국의 법률 환경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전하며 국민의 법적 편의성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혜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