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진실 혹은 거짓 #4] 우리 주변에 연가시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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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가 떠오른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홀린듯 스스로 하천에 몸을 던진다. 곧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 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격리된 후에도 연가시의 조종하에 물을 끊임없이 들이키고 결국 스스로 물에 빠져 죽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2010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살인 기생충 연가시가 2012년 여름, 위와 같은 스토리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본래 곤충의 뇌를 조절해 자살하게 만든다고 알려졌던 연가시가 사람 몸으로 들어왔다니 이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 이 공포와 더불어, 혹시 연가시와 같은 살인 기생충 감염이 우리 주변에, 혹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우려 또한 확산되었다. 심지어는 감염되었다는 사람의 영상까지 나도는 상황. 과연 이 우려가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제대로 알아보자. 연가시란 무엇인가 영화 ‘연가시’를 보는 내내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한 곤충이 계속 떠올랐을 것이다. 바로 곱등이. 곱등이는 2010년 우리에게 소개되어, 죽이면 길고 긴 기생충이 나오고, 죽여도 죽지않는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 기생충을 죽이는 법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 바로 이 기생충이 연가시이다. 연가시는 곱등이 같은 곤충에 기생하고 최대 2m까지 자라며 신경조절물질(물가로 유인)을 분비해 곤충을 물로 유도, 숙주를 자살하게 만드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영화 ‘연가시’를 프로듀서한 박정우 감독 역시 2010년 한창 유행했던 ‘곱등이송’에서 힌트를 받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뇌를 조종하는 기생충, 실제로 존재하는가? YES ! 실제로 인간의 몸에 연가시가 들어와 사는 경우가 있다?! NO !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다만 사람이 먹었다가 뱉어냈다는 보고는 있다. 기생충 전문가들은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되거나 연가시가 사람을 숙주 삼아 기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영월곤충박물관 차동준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연가시는 곤충에 기생하는 생물이라 온도와 성분까지 다른 인간의 몸 속에서는 기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만약 체내에 연가시가 계속 들어오다보면 우연한 기회에 적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수천년간 메뚜기를 산 채로 먹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한 번 몸에 들어왔다고 기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몸에 들어와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메뚜기를 튀겨 먹더라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연가시가 대부분 죽기 때문에 인체에 옮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한편 연가시 외에도 동물들을 조종하는 기생충이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톡소 플라즈마’이다. 이 기생충은 사람도 감염시켜 가벼운 감기 증세를 일으킨 뒤 뇌에 침입해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인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진 않는다고 하니 걱정으로 얼굴이 노래진 국민*인이 있다면 한시름 놓아도 좋다. 다만, 면역계이 약한 경우( 특히 태아 )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실제로 존재하는가? YES ! 영화 속에서 연가시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약은 바로 ‘윈다졸’이다. 영화속에서 윈다졸을 만들어 연가시의 유일한 해결책이 된 조아제약은 자신들의 약을 무기로 국가와 주식을 거래하는 위치에 오른다. 그런데 알고 보면 조아제약과 윈다졸은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제약회사이며, 윈다졸 또한 현재 약국에서 시판중인 약이라고 한다. 실제 윈다졸은 무엇에 쓰는 약일까. 실제 윈다졸 역시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충제로 쓰인다고 한다. 윈다졸은 알벤다졸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으로, 사실 실제에서는 윈다졸과 같이 알벤다졸을 주 성분으로 하는 약들이 많이 시판되고 있다. 연가시는 어떻게 숙주의 뇌를 조정할까. 현재 자세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가시는 곤충을 물가로 유인하는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자살을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이름이 붙여진 적이 없는 이 신경전달 물질은 메뚜기나 사마귀의 신경전달 물질과 구조가 아주 비슷하다. 연가시가 곤충 고유의 신경전달 물질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곤충은 마치 자신이 의도해서 물가로 이동한다고 착각한다.
영화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은 부귀영화를 갈구하며 달려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의 모습과 같았다고 한다. 위의 기사를 쓰면서, 변종 연가시 감염과 이로 인한 대규모 피해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미 우리는 ‘돈’이라는 기생충에게 우리의 뇌를 내어주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모두 돈의 지배하에 사람을 해치거나, 혹은 나 자신을 해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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