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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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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가는 버스 #2 - 1020번 편

춥다.
밖에서 뛰어놀긴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리다.  가을을 미처 즐길 새도 없이 ‘안으로, 안으로’를 외치는 계절인 겨울이 참 빨리도 왔다. 그래서 국민*인들의 따듯한 겨울나기를 위한 안에서 즐기기 프로젝트를 들어왔다. 바로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 2 - 1020번 편!’

1020을 타면 닿을 수 있는 곳, 종로구 부암동.
부암동에선 시계가 멈춘 듯하다. 그 어떤 계절에도 아름다운 이 곳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뽑히기도 한다. 주말이면 부암동을 거닐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기도 한다. 모터를 달고 제 갈 길 바쁘게 가는 도심과 달리 부암동에선 한적함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서울에서 그 흔한 아파트 하나 없는 동네인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서울이 한 눈에 저 멀리에 남산이 뚜렷하게 나와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바람도 부는데 바깥구경은 이정도로 끝내고 내 일기장에만 꼭꼭 숨겨두고 싶었던 부암동 그리고 그곳에 있는 부암동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술관을 소개한다. 버스 1020을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내리면 세 미술관 모두 갈 수 있다.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은 지난 8개월에 개관한 아직은 새것의 냄새가 나는 미술관이다. 석파문화원이 운영하는 서울미술관은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미술관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모든 것은 예술이다’라는 생각을 모토로 하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것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것,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작품에게만 해당하는 단어가 아니다. 나, 우리의 삶 자체가 예술이다. 서울미술관의 공간과 뒤편의 석파정을 연결하는 동선을 형상화하고 있는 서울미술관의 로고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보안 패턴 푸는 것에서도 영감을 얻은 이 로고는 지금 당장 내 보안패턴을 바꿔볼까 하는 호기심도 들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현재 서울미술관에서는 개관전인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부제 : 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와 개관기념상설전인 “Deep&Wide”가 열리고 있다.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는 개관전인만큼 그 규모도, 작품들이 보여주는 의미도 앞으로 서울미술관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Deep&Wide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성취를 보여주는 대작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미술관의 묘미는 1전시관 2전시관을 거치면 닿는 ‘석파정’에 있다. 흥선 대원군의 별채로 쓰였던 이곳은 전후로 용도로 여러모로 바뀌기도 했는데 지금은 우리 곁에 미술관으로서 존재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석파정은 자연의 정취에 나를 던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게 만든다. 석파정에 올라서면 양쪽으로 북한산과 인왕산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면 마치 내가 산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차도는 나와는 먼 창문 밖 풍경처럼 느껴진다. ‘나만의 숲’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관람시간
미술관 11:00 ~ 18:00
석파정 11:00 ~ 18:00
동절기 석파정 11:00 ~ 17: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이용요금
- 성인(20세 이상) : 9,000원
- 학생(초, 중, 고교) : 5,000원
- 어린이(3세~7세) : 1,000원
- 65세 이상, 등록 장애인 : 5,000원
   ※ 한 장의 티켓으로 미술관과 석파정 모두 관람 가능
홈페이지 : http://www.seoulmuseum.org

 

자하미술관


이 곳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이다. 부암동 속 미술관들이 대개 그러하듯 자하미술관도 그림 같은 풍경을 우리 눈앞에 선사해준다. 자하미술관은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도 아름다워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눈을 돌리다보면 어느새 자하미술관에 닿아있다. 조용한 주택가에 고요하게 머무는 자하미술관은 작가의 동반자이길 자청한다. 길을 걸을 때 누군가 ‘같이 걸을까?’라고 묻는다는 얼마나 든든할까. 자하미술관은 작가들에게 그런 존재인 것이다. 또한 기성작가들의 고민도 함께할 것이라 말한다. ‘기존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실험과 재정립을 필요’로 한다면 자하미술관이 팔을 걷고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선다.


위치가 말해주듯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미술관을 휩싸고 있다. 자하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 외엔 음소거 돼있다는 것이다. 조용하고, 조용하다. 작가들의 혼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 자하미술관의 자랑거리는 실험작들과의 만남이 쉬운 공간이란 것이다. 김영헌 작가의 이번 전시 ‘Cloud Map’ 역시 실험정신이 투철한 작품들이 즐비해있다. 낯설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작품들이다.
자하미술관은 총 2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서면 전시관 앞에 작은 마당이 마련돼 있다. 그곳에 서서 저 멀리 북악산이 그리는 그림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꽉 찬 머리 속을 비우고 싶다면 자하미술관에 가서 비움과 동시에 또 다른 무언가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관람시간 : 10:00 ~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 http://www.zahamuseum.com

 

환기미술관


감히 부암동의 핫 플레이스라 할 수 있는 환기미술관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나온 세월들의 역사가 살아 숨쉼과 동시에 끊임없이 새것을 받아들이며 시간 속에 흐르듯 머물고 있다. 미술관의 이름은 한국 추상미술의 제 1세대로 잘 알려진 김환기 선생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환기미술관은 고 김환기 작가의 작품들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전에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의 염원이 담긴 곳이면, 실제로 그에 대한 임무도 완벽하게 완수하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상설전 뿐만 아니라 특별 기획전을 열고 미술에 대한 각종 기획과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젊은 세대 작가들을 위한 기획전과 테마 전을 2,3차례에 걸쳐 전시하고 있다.
전시 외에 미술 강좌, 세미나, 감상회, 음악회 등이 미술관 주최로 열리고 있다.
환기미술관만의 볼거리는 아트샵에 있다. 김환기 선생의 작품을 응용하여 만들어 그야말로 미술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작품을 내 방안에 들여다 놓는 기분을 선물한다. 판화, 포스터, 스카프, 손수건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된다.


여느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의 환경은 오직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무엇보다 김환기라는 한국의 미를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어 했던 대작가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환기미술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관람시간 : 10:00 ~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입장료 : 전시마다 상이함. 홈페이지 참조
홈페이지 : http://whankimuseum.org

 

+윤동주문학관

 

부암동에는 그곳을 더 그곳답게 해주는 공간들이 많다.
산책길과 맞닿아있는 윤동주문학관도 그 중 하나이다. 입구부터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과 만날 수 있다. 전시장 내부에는 윤동주 시인의 친필원고와 서명 유고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본도 볼 수 있다.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윤동주의 생애가 담긴 영상물을 상영한다.
윤동주문학관의 바로 위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시인 윤동주가 종로에서 하숙하며 자주 오르던 산책길로 이곳을 거닐며 시상을 구상했을 거라는 생각에 착안하여 이 일대가 윤동주 시인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미술관만으로 아쉽다면 윤동주 문학관을 들러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이용시간 : 10:00 ~ 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첫눈 소식이 들려온다. 밖의 기온은 자꾸만 내려가지만 따스한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려 마음의 온도를 높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