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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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대학생의 로망이던 해외 배낭여행. 나이도 차오르고 학년도 꽉 차고 어학점수 따랴, 봉사활동, 자격증 등 각종 스펙 쌓으랴 배낭여행은... 내가 가고 싶었던가? 가물가물하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많은 이들이 꼭 들러야 하는 장소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나라의 문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이다. 아무래도 전시회가 국내로 들어오거나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바쁘다는 것 특히 방학 때 더 그러하다는 게 소문이라도 났을까? 이번 겨울 들어 좋은 전시회들이 속속들이 한국으로 흘러 들어왔다. 유럽 배낭여행은 고사하고 주말여행 갈 짬도 낼 수 없는 국민*인들을 위해 잠깐만 시간을 내도 유럽을 혹은 한국을 벗어난 상큼한 기분을 들게 할 좋은 전시들을 소개할까 한다.
전시회라는 값싼 비행기를 타고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1. 바티칸 박물관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을 1920년대 파리로 데려다준 것이 클래식 푸조였다면 우리에겐 바티칸 박물관전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불리어지는 바티칸 박물관. 사실 바티칸이라는 국가가 숨 쉬며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의 위대함을 증언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들이 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바티칸 박물관전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회화, 장식미술, 조각 등 73점이 전시돼 있다.
사실 예술에 문외한이라고 한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산치오 등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에 익숙한 많은 이들은 그들의 이름에서부터 어떤 중압감을 느낀다. 바티칸 박물관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 라파엘로의 <사랑>,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게 결정적 영감을 준 <벨베데레의 토르소>와 영화 <피에타> 덕분에 더욱 익숙해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유럽행 비행기 표를 끊지 않는다면 감히 볼 수 없는 감히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다양한 회화, 조각품을 만나보며 조금이나마 르네상스 예술의 향기를 느껴보자. 바티칸 박물관전을 보고 나오면 ‘누구나 가슴 속에 이게 내 박물관이다 할 수 있는 박물관쯤은 있는 거잖아요’라 말하게 되리라.
 
일시 : 2012. 12. 8. - 2013. 3. 31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입장료 : 15,000원
관람 가능 시간 : 10:00 ~ 19:00 (휴관일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http://www.museivaticani.co.kr/
 
(+) 바로 옆에서 미국 인상파 전시도 진행 중이다. 미국행 비행기 티켓 끊는 게 이렇게 쉬울 수가!
 

#2.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I: 반 고흐 in 파리


이번에는 네덜란드다. 반 고흐 미술관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해있다. 이번에 열린 반 고흐 in 파리 전은 해외에서 하는 전시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10년이란 짧은 생을 살았지만 고흐의 작품은 적지 않다. 고흐의 숱한 작품들 중 고흐의 파리 시기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전시이다. 또 이번 전시는 반 고흐 미술관 전문가들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다. 다양한 주제, 작품과 작품 속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전시장을 채웠다. 작품에 속속들이 담겨있는 비밀들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발견할 수 있다.
고흐에게 파리에서의 생활은 과도기였다. 예술의 고장 파리에서 그는 다양한 회화기법을 익히고 모방을 해보기도 하며 고흐가 고흐일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었다. 파리에서의 고흐라는 테마전시는 액자형식처럼 테마 속의 또 다른 테마를 마련했다. 고흐의 작품들을 해부하다시피 하여 각 작품들을 비교분석하며 고흐 작품들의 성질 변모의 과정이 살펴보는 것이 하나, 두번째 테마는 재료, 색깔, 인물, 장소, 시기 등 작품 속으로 깊게 들어간다.  작품과 연관된 수십여 점의 사료들이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 것은 이 테마와 관련돼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탕귀 영감>,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 등 다양한 인물화와 가지각색의 자화상들이 걸려있다.
연예계에서는 흔히 출연만 하면 시청률이 높거나, 영화가 시쳇말로 대박이 나는 배우들에게 흥행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시회계(?)의 흥행보증수표는 아마 고흐가 아닐까싶다. 2007년에 열린 전시도 그러했지만 어떤 형태의 전시라도 고흐의 전시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흐라는 화가가 사람들에게 가깝고 친숙한 화가로 인식돼 있기에 사람들도 전시회장으로 쉬이 발길을 옮기는 지도 모르겠다.
그의 붓 터치는 거칠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따듯한 애정을 꽉꽉 눌러담았을음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보자.
 
일시 : 2012. 11. 08 - 2013. 03. 24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입장료 : 15,000원
관람 가능 시간 : 10:00 ~ 20:00 (휴관일 :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http://www.vangogh2.com
 
 
#3. 하바나, 열정을 말하다.


이번엔 중남미로 떠나보자. <하바나, 열정을 말하다> 전시는 한-중남미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아라아트가 기획한 전시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메리트는 시끌벅적한 인사동 속에서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넓은 전시 공간과 지상 5층, 지하 4층으로 높이가 상당하기에 작품 간의 간격이라든가 사람들이 넓게 퍼져있다는 점이 전시회 속 작품들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중남미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게다가 높고 넓은 전시회장을 향해 퍼지는 중남미의 음악이 흘러 시각 뿐 아니라 청각에게도 만족을 안겨준다.
또 이 전시는 스페인 마드리드 중남미 문화센터,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프랑스 파리 그랑빨레를 거쳐 왔다는 점에도 큰 의의가 있다.
전기를 잡아먹는 대형괴물로 취급받는 냉장고의 쿠바에서의 위상을 느끼는 기괴한 냉장고 섹션, Fernando Botero라는 인물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놓은 그림, 솔직하면서도 강렬함 그 자체였던 Flora fong 등 중남미 미술의 거장들, 마리오 미겔 곤잘레스, 알라인 피노, 니엘스 몰레이로 3인의 쿠바 작가들로 2009년에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네오팝아트, 쿠바하면 빠질 수 없는 체게바라, 카딜락, 모히토가 들어간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등 멕시코, 파라과이, 콜롬비아, 칠레, 스페인 등 다양한 중남미국가의 동시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쩌면 날 것 같은, 정제되지 않는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일시 : 2012. 12. 20 - 2013. 3. 20
장소 : 아라아트
입장료 : 10,000원
관람 가능 시간 : 10:00 - 19:00
 
http://www.araart.co.kr
 
 
#4. 팀 버튼 전

이미지 출처 : 팀 버튼 전 공식 홈페이지


얼마 전 SNS에서는 ‘팀버튼 광장시장’이라는 키워드가 급상승했다.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빅 피쉬> 등으로 알려진, 그의 영화라면 덮어놓고 가서 보는 국내 팬들도 많은 세계적인 감독 팀 버튼이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MoMA에서 시작된 팀 버튼 전은 한국에서의 전시를 마지막으로 그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고 한다.
팀 버튼의 상상력전이라 감히 이름을 붙여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어떻게 해서 세계적인 명장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는, 그의 기발한 상상력을 영화가 아닌 미술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어린 시절에 그린 습작부터 회화, 데생 등 800여점이 전시돼있다. 그가 매 영화마다 보여줬던 기괴하지만 사랑스러운 괴물 캐릭터들의 탄생 배경과 초기 단편작까지 만나볼 수 있으니 팀버튼의 팬이라면 어서 빨리 가보길 권한다. 이쯤에서 그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국민*인들에게 전해볼까 한다. 전시를 다 보고난다면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적 영감은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상기하는 데서부터 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책임감을 느껴야 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기술이 발달하고,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리고 그러다 보니까 개인의 감정이 많이 훼손되는 것 같은데 저는 매시간이 갈수록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팀버튼전을 기점으로 나의 어릴 적 생각 속을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일시 : 2012.12.12 - 2013.04.14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입장료 : 15,000원
관람 가능 시간 :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 휴관   |   화~금 : 오전 10시 ~ 오후 8시   |  토, 일, 공휴일 : 오전 10시 ~ 오후 7시
 
http://www.superseries.kr/4072
 
 
#5.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 1880 - 1989>


등하굣길을 시청을 스쳐지나온다면 더더욱 익숙한 또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돌담길로 더욱 친숙한 ‘덕수궁’. 이 덕수궁 안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겨울, 황실인물의 사진자료를 전시하는 기획전이 펼쳐졌다. 고등학교 때 국사나 근현대사에서 질리도록 외웠던 각종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 시간을 걷고 있었다. 그 격동의 시대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살았던 황실의 인물들의 슬픔과 분노가 얼굴에 베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나라를 지키려했던 그들의 안간힘을 사진이지만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부는 대한제국의 탄생에서 한일강제병합(1880-1910)까지 2부는 일제 강점기와 그 이후(1910-1989)로 나뉘어져있다.
이 전시에 더욱 의미를 부여해주는 건 원본 그대로가 전시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논란중인 명성황후의 사진, 명성황후라고 주장되어지는 사진들도 모아져있다. 일제강점기 때 사진기술이 들어오고, 사진기를 바라보는 조선인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들, 나라를 잃은 백성들의 슬픈 눈망울을 외국인 사진가에 의해 담긴 사진들과 사진을 사랑했던 고종의 행보, 흔히 볼 수 없었던 대한제국 시절의 국장 등을 어깨너머로 만날 수 있다. 1910년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본에 의해 강제로 왕제가 격하되어 이왕세제가 불려졌다. 그리고 비운의 삶을 살아야 했던 영친왕 이은 이후의 의친왕 이강, 덕혜옹주, 이건, 이우 등 일본인과 강제로 결혼을 해야 했거나 마음대로 조국의 땅에 머물를 수도 없었던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나마 비춰본다.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선 덕수궁으로 입장하여야 하는데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행운이다. 미술관을 둘러봄과 동시에 고궁의 겨울을 만나보며 사진 속 그들이 밟았을 이 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자.
 
일시 : 2012.11.16 - 2013. 01. 13
장소 : 덕수궁 미술관
입장료 : 덕수궁 입장료 포함 4,000원
관람 가능 시간 : 화~목: 오전 10시~오후 7시, 금~일: 오전 10시~오후 9시
 
http://www.mo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