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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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9] 가족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국민*인을 만나다.

 

가을이란 단어가 'LTE'보다 더 빨리 지나가버리고 요즘은 패딩을 입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되어버렸다. 캠퍼스를 거니는 국민*인들의 움츠린 어깨를 조금은 펴지게 할만한 훈훈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을 만나고 왔다. 연극영화학과 07학번 김태룡 학생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가족을 위해서 기증 수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작년 초에 작은 아버지께 간을 기증하는 수술을 했어요. 작은아버지께서 평소에 지병을 앓고 계신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신 거라 저도 처음엔 아버지께 상황 설명을 듣고 많이 놀랐었어요. 그런데 간 기증자를 구하지 못하면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검사를 받으러 갔던 것 같아요. 간이라는 것은 조직이 맞아야지만 기증이 가능한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조직이 맞는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곧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죠.


기증을 하려면 다양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 수술을 준비하시면서는 어떤 기분이셨어요?
네. 원래 기증을 위한 검사는 엑스레이에서부터 조직검사까지 꽤 복잡한 편이라 일반적으로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더라구요. 검사 절차들을 차근차근 밟고 결과를 받는게 일반적이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했던 터라 하루만에 모든 검사도 진행하고 결과도 바로 받았었어요. 하루만에 약 여덟시간에서 열시간에 걸쳐서 검사를 받고 결과까지 받았을 때는 사실 좀 어리둥절했지만 다른 선택을 해야겠다는 고민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생각에 잠길만한 여유로운 시간이나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수술인데, 막상 수술대에 오르는 당일에는 무섭지 않으셨나요?
솔직히 제 조직이 잘 맞는다는 수술 결과를 듣고는 이제 수술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고, 수술 자체에 대해서는 그냥 덤덤했던 것 같아요. 저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에이 설마~' 이렇게들 생각하던데 수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고 다만 수술을 하고 나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 됐던 건 사실이에요. 제가 그 때 입원해 계신 작은 아버지를 뵈러 갔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야위신 모습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었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고민이나 두려움은 더욱 불가능한 이야기였죠.


기증 수술이 기증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수술 전에 여러가지 내용들을 안내 받기는 해요. 기증 이후에 2~3년 정도는 간 기능이 제대로 회복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사항들도 정해져 있고요. 퇴원하고도 1년 반 정도 계속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1년 정도만에 회복을 한 케이스에요. 기증자가 이후 충분히 자기 관리만 잘 해준다면 1년 정도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없을 만큼 회복할 수 있다고 해요.

수술 당일날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제가 수술하는 당일날 같은 기증 수술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친자식이 부모 중 한 명에게 기증하려고 수술을 잡아놓고 수술 당일날 도망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그 환자분이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수술로 인한 두려움을 떨쳐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수술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포기해야하는 부분들도 분명 있을테구요. 하지만 그 분도 그 두려움보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했었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술 경과는 어떠셨었나요?
우선 작은 아버지께 이식하는 수술은 다행히 부작용이나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아서 성공적으로 끝마쳐졌어요. 저는 이식 후에 간에 호스를 연결해서 담석 색깔을 계속 체크해야 해요. 그런데 수술 이후에 정상 색깔이 나오지 않아서 예정했던 것 보다 좀 더 오래 입원해야 했어요. 기증자가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받은 터라 이후에는 스스로도 열심히 관리했고 지금은 병원을 아예 안 다녀도 괜찮을 만큼 회복된 상태죠.


그렇다면 기증 수술 이후에 생활에 변화가 있으셨나요?
당연히 많이 변했죠. 우선 가장 먼저 간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까 금방 피곤해했어요. 또 제가 연극영화학과라 신입생 때부터 술을 꽤 많이 마셨었는데 수술이후에 1년 반동안은 완전한 금주를 지켰어요. 지금은 의사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필요한 자리에서는 맥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지만 그 선을 절대 넘지는 않아요. 지금은 간 기능이 거의 회복된 상태지만 제 스스로가 조심하고 또 항상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지금은 주량이 맥주 한잔이 최대에요.


금주라니 큰 변화가 아닌가 싶은데,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있으셨나요?
장기기증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럴 것 같아요.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장기 기증을 하게 되고 또 수술 이후에는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지금은 죽고 나서 '각막 기증' 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눈은 사람이 죽고 나서 제일 먼저 사라져 버리는 부분이나 다름 없는데 누군가에게 쓰인다는게 의미있기도 하구요. 사실 저도 장기 기증 이전에 비하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겼던 것 같아요.


국민*인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장기 기증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는 것이지만,또 가족들 문제라면 저처럼 용기를 내실 수 있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을 통해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저 우리의 생각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경험자로서는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장기 이식'이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장기 이식을 하는 사람을 본 것은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국민*인이 처음이었다. 우리가 정말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땠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이 선택이 실행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이웃들과 따스한 정을 나누는 일을 올 해엔 꼭 실천으로 옮겨 보는 것은 어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