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캠퍼스 내에는 가지각색의 조형물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학생이 만든 것일 수도 교수님이 만드신 것일 수도 혹은 자연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과연 우리 학교의 조형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바쁜 강의와 생활 속에 지쳐, 매일 지나가는 그 자리에 뭐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하루 하루 스쳐 지나갈 뿐인 것은 아닐까? 겨울의 끝자락, 우리 학교 속의 독특한 나만의 조형물을 찾아 교내로 짧은 여행을 나섰다.
[예대와 7호관]
예대와 7호관 사이에 위치한 두 개의 공간에 하트와 다이아몬드 나무가 존재한다. 다이아몬드 모양 옆에는 자그마한 모양의 하얀 비행기 조형도 있다. 이것들을 만든 이를 찾기 위해 예술대학 교학팀으로 문의해본 결과 하트와 다이아몬드는 나무를 다듬어주시는 분이 모양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 잘 지나가던 길이었는데도 이런 아기자기한 모양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니 자신의 무심함에 반성을 해본다.
선연한 겨울 공기가 느껴지는 겨울. 뿌듯하게 메워진 하트 모양의 나무 옆에서 파란 하늘과 햇살이 어우러진 학교를 올려다보니 마치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학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종이비행기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그려보았던 전투기 같기도 한, 이 날렵하고 새하얀 조형물은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전공의 이웅철 학생이 만든 'star' 라는 작품이었다.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던 작품의 해설에 대해 알고 나니 마음 한 켠이 묵직해졌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이 날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작품 설명은 맨 아래 주소를 참조.)
기자는 다소 충격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신비한 작품이었다. 하트와 다이아몬드, 비행기가 자리하는 곳 바로 밑 회색과 검은 돌로 만들어진 동물 모양 조형은 만든 이를 찾아본 결과 학생들이 작품으로 만든 것도 아닌, 그냥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것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저력을 느끼고 말았다.
[국제관]
평소 자주 지나가는 경상관과 국제관이 위치한 곳의 석고 조각들이다. 평소 자주 지나다니던 길인데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에도 없는 무심한 학생들은 반성을 하자. 이는 예술대학 미술학부가 국제관에 있던 10년 전 만들어져 이곳에 자리한 후 지금의 예대로 옮겨올 때 두고 온 작품들이다. 자그마치 10년 전의 대선배님들께서 만드신 작품인 것이다. 몸을 엎드리고 있는 석고 모양에서 그 당시 예술대학 선배님들의 좌절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용두리 앞]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이 길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대와 도서관 쪽에서 경상관 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용두리 건너편이라고 하면 더 알기 쉬울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100번도 넘게 지나다녔을 길이지만 눈 앞의 나무를 눈여겨 본 학생은 아마 몇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도 우연히 지나다 알게 된 이 나무의 비밀은 가지에 있다. 아주 절묘한 모양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늘 지나는 길에 있는 나무일 뿐인데 뭐가 대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모양을 나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남들이 모르는 우리 학교의 비밀을 혼자 하나 더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살짝 우리 모르게 쳐놓은 장난이지 않을까?
[조형대 옥상]
조형대 옥상에 위치한 화분들이다. 북악관 전망대 엘리베이터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이 화분을 두고 아마 말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든다. 조형대 학생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라든가 조형대의 약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든가 등 말이다. 평소 북악관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자주 타는 기자도 늘 호기심에 어려있었다. 조사 끝에 밝혀진 이 'G'의 비밀은 생각 외로 조형대와는 관련이 없었다. 교양 수업 중 [녹색 캠퍼스 함께하기] 라는 강의를 알고 있을 것이다. 수업 중 일환으로 녹색 캠퍼스를 상징하는 'G' 모양의 화분에 학생들 한 명씩 학기 내내 식물 (배추) 를 기른 것이라고 한다. 국민대가 그린 캠퍼스의 선두에 서서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의미있는 수업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던 'G'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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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참으로 많은 조형물이 존재했다. 여러 조형물을 찾아다니면서, 기사의 주제인 소소한 조형물들 외에도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만든 작품을 새로이 재조명하며 즐길 수 있었다. 어떤 유명한 작가가 만든 작품을 찾아 전시전을 찾는 데는 돈과 열의를 아끼지 않으면서 훌륭한 교내의 조형물들을 길의 배경 정도로 취급하며 무심하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다시금 반성을 해본다. 취재를 하면서 이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우리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크고 겉모습이 번지르르한 데만 정신이 팔리고 바쁜 우리는 곁에 있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 소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정말 많고 제각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작고 소소한 학교 내의 조형물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궁금해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소소한 일부터 시작해 학교의 역사까지 알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