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대웹진unik-스페셜]'시사in' 기자 고재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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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K : 코리안 트위터에 따르면 한국 트위터리언 가운데 영향력이, 이외수 선생님 다음이시던데요? 고재열 : 그래요? 전 잘 못 느끼겠어요.(웃음) uniK : ‘영향력’이란 팔로어의 양적인 개념과는 다른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고 봐야 할까요? 고재열 : 양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순환의 속도죠. 팔로어는 ‘땅의 넓이’고, 순환의 속도는 ‘인구밀도’, ‘활동량’이라고 보시면 돼요. 팔로어가 10만 명이 넘는 분도 많은데 저는 아직 그 정도는 못되거든요? 거기는 ‘농촌 지역’처럼 사는 사람들이 좀 적은 거고 제 트위터는 땅 넓이는 좁은데 ‘도시’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보 순환이 활발한 것. 즉, 답글을 주시거나 RT(Retweet)를 전달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죠. uniK : 그쯤 되면 SNS로 웬만한 기성 매체 못지 않은 ‘1인 미디어’를 구축하신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고재열 : 매스 미디어는 일방적이죠. 전달이 잘 되면 제일 좋은, 영향력이 큰 미디어예요. 양이 곧 질이 되는 것이죠. 조중동이 힘을 발휘하는 것도 구독자가 많기 때문이니까요. 상호 소통은 인터넷이 이미 구현해냈다고 봐요. 기존에는 독자가 기자에게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독자가 이메일을 보내거나 기사에 댓글을 달아서 자기 의견을 표명할 수가 있잖아요?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그에 비해 좀더 입체적인 거죠. 단순하게 리액션, 피드백 기능을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인터넷 미디어에서 구현된 것이고, SNS는 뉴스에 나오는 사람,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 뉴스를 보는 사람의 역할이 혼재된 거예요. 누구든지 뉴스를 얘기할 수 있고, 중요하고 공감되는 내용이면 많은 사람들이 RT를 돌려요. 또 팔로잉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죠. 즉 뉴스의 생산, 유통, 소비를 같이 하는 것이죠. 제가 소통을 많이 한다는 건, 이 세 가지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얘기에요. 제가 팔로잉하는 사람을 일반인이라도 뉴스의 생산자로서 존중을 해주고 저도 뉴스를 받아보는 식으로 입체적인 소통을 하는 거죠.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uniK : 자신의 트위터를 일종의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표현하신 바 있는데요. 고재열 : 그건 또 다른 의미에요. 트위터를 하면서 정보 가치를 우위에 둘 것인가, 내 일기를 쓸 것인가, 아니면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전 이걸 다 한다는 거예요. 내 이야기보다는 전달하는 이야기가 많고, 전달하는 이야기 중에서는 중요한 것 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아요. 제가 블로그를 할 때부터 지켜보니까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과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 사이에 너무 거리가 멀어요. (웃음) 포탈 사이트에서는 관심을 갖는 사안만 추구하잖아요? 누가 결혼하고, 연애하고, 헤어지고…반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어요. 여기에 제가 약간의 ‘쿠션’을 먹이는 거죠. 관심을 ‘갖는’ 사안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으로 연결하는 거. uniK : 얼마 전 이집트 혁명의 사례를 보면, 트위터가 사회 혁명의 유용한 도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이러한 역할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고재열 : 사회 혁명이나 변화라는 게 정권을 전복하는 가시적인 것부터 단순한 변화까지 폭이 아주 넓거든요. 여기서 트위터는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변화에 기여하는 거예요. 이집트에는 혁명과 전복이 필요했으니까 그 일에 도움이 됐던 것이죠. 우리 사회에는 변화가 필요하니까 거기에 도움이 되는 거예요. 최근 ‘일본 지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예로 들면, 기성 언론에서는 ‘일본 침몰, 한류에 악영향, 김태균 컨디션 난조, 한국 기업의 수혜주가 어쩌고, 하나님이 경고한 것이다’ 등등 온갖 천박한 인식이 난무할 때, 트위터 안에서는 그러한 여론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 사회의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죠. ‘일본은 자국의 일인데도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침착하게 보도하는데 반해 한국은 마치 자기 나라에 지진이 난 것처럼 격앙된 보도를 하더라’ 하는 이런 여러 가지 사회적 인식이 환기 되면서, 우리가 사안을 바라보는 성숙한 인식을 갖는 데 기여한 거죠. uniK :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기사에 대한 제보나 아이템을 얻는 이점도 있겠지만, 악플 같은 폐해에 따르는 고민은 없으신가요? 고재열 : 제가 인기에 좌지우지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죠. 기자들이 원래 그렇잖아요? 누군가 비판을 할 때 그것이 기사에 대해서라면 일단 첫 느낌은 ‘기분 좋다’는 거예요. ‘내 기사를 사람들이 저렇게!’(웃음) 미디어를 통해 발언을 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게 오히려 제일 끔찍한 것이고, 사실 나머지는 감당해야 될 몫이죠. 그러나 주말에 ‘룰루랄라~’하면서 트위터를 봤는데 저한테 ‘이런 무개념 XX!’ 하는 욕이 막 올라와 있으면 기분이 팍 상하잖아요?(웃음) 그러면 본인이 내 글을 보면서 이토록 괴로워하시는데, 어쩔 수 없이 ‘블록(block)’을 다 해드리죠. uniK :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 사회에 ‘독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고재열 : 조선 시대에도 양반이 자기 집 마당을 열어줘서 ‘마당놀이’를 하게 했어요. 하회탈 공연을 하면 으레 양반을 패러디 하는데, 그걸 허용해줘요. ‘그렇게라도 풀어라, 내 면전에서는 나한테 할말을 다 못하지 않느냐. 너희들끼리라도 그렇게 하면서 털고 가야지’ 하는 마인드인 거죠. <시크릿 가든>에서 얘기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그만큼 특권을 누리고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하는데, 그렇게 욕을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는 엄밀히 말해 별개라고 봐야 해요. 독설을 통해 오히려 사회가 정화되는 효과를 기대해 보는 거죠.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앞장 서서 독설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요, 안 잡혀가요, 벌금 안 내요” 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운신(어떤 일이나 행동을 편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함)의 폭’을 조금씩 넓혀나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죠. uniK : <시사in>의 문화팀 팀장으로 계시는 기자님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고재열 : 최근 제 관심사는 ‘등산’이 아니라 ‘횡산’ 이에요. 도심의 둘레길이든, 올레길이든, 산책길이든 ‘길 걷기’가 제 올 봄 테마예요. 최근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고 ‘아, 길이란 것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등산은 산을 오른다는 ‘목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횡산, 산의 옆구리 둘레길을 도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자유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둘레길을 걷는 것은 코스를 나눈 것뿐이지 어떤 ‘목표’가 아니거든요? 등산 가면 “얼마나 더 가면 돼요?” “얼마 남았어요?” 이렇게 물어봐요. 그런데 둘레길을 걸을 때는 그걸 물어볼 이유가 없어요. 등산을 하게 되면 ‘정상’이란 게 있고 또 그게 ‘몇 미터’라고 수치화되잖아요? 그 수치가 계급이 되는 거예요. 그게 또 산의 서열이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둘레길은 산들의 ‘패자 부활전’도 돼요. 예전엔 높은 산, 절경이 있는 산만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옆으로 조용히 소요하기 좋은 산도 인정을 받는 거죠. uniK : 산에도 서열이 있군요?(웃음) 고재열 : “어디까지 올라가 봤어?” 라고 물었을 때 지리산, 설악산 다녀왔다고 하면 인정해주지만, “난 저기, 남산 올라가 봤어” 하면 “그게 등산이니?” 하잖아요. (웃음) ‘종주’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리고 냉정하게 따졌을 때 등산하는 80%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자기 발을 봐요. 산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20%의 시간에만 그런 거죠. 그 20%의 시간이 아주 절경일 수도 있고, 정상에 올라 높이 서서 바라보니까 좋은 것도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인생을 설계할 때 소소한 기쁨을 많이 누리면서 살 것인지, 아니면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 그때 가서 벅찬 감동을 느낄 건지에 대해서는…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uniK : 청년 실업이나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요즘은 비교적 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사안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고재열 : 이른바 ‘등식주’가 문제잖아요? 등록금, 식비, 주거비. 등록금을 채무로 해결하게 되면 그 부담도 엄청난 데다 먹는 것도 부실한 학생들이 많아요. 또 전세 대란의 직격탄을 맞아서 자취방이나 하숙방을 구하는데 드는 비용이 늘어났어요. 대학 때부터 이미 밑바닥 사회생활을 시작한 거나 다름없지요. uniK : 현 시점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소통’이라는 화두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고재열 : 혼자서도 잘 극복하고 상황을 나름 즐길 수 있는 조건이라면 알아서 잘 하면 되겠지만, 요즘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사회적 환경이에요. 혼자 극복하려고 고생하다 심심치 않게 자살도 일어나곤 하잖아요? 털어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르니까 위로를 받을 수가 없어요. 또 어떤 문제에 대해 혼자서만 푸념하면 문제는 계속 그대로인 채죠. 하지만 여럿이 함께 제기를 하면 고쳐질 수가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훨씬 더 소통이 필요한 세대죠. 공감대나 합의를 형성해내지 못하고 짜증만 늘어가는 이유는 바로 20대 안에서의 소통이 없기 때문이고, 그런 의미에서 한 단계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로 소통이 이 세대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uniK : 기자라는 직업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편한 직업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좋은 기자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고재열 : 좋은 기자의 자질은 두 가지인 거 같아요. 하나는 호기심입니다. 세상을 향한 혹은 사람을 향한 혹은 사건을 향한 호기심. 자기 내면에서 끝없이 호기심이 솟아오르는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남이 시켜서, 기자가 직업이어서가 아니라 사건의 전말과 진실과 숨은 이야기에 대해서 끝없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뉴스를 합리적, 효과적,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쁨을 아는 사람입니다. 기자는 전달자이잖아요. 기사를 읽었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호기심이 없는 기자는 괴로운 기자이고, 전달의 요령이 없거나 전달의 기쁨을 모르는 기자는 자질이 없는 기자이죠. uniK : 기자님께서 쓰신 어느 칼럼에서 ‘대학 시절은 질문을 찾는 시기다’라고 하셨는데요, 이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고재열 :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원 다니고, 영어공부하고, 학점관리 하면 열심히 사는 거라고 생각하죠. 그것이 틀린 건 아닌데, 기본적으로 ‘나는 뭘 해야 될까?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게 나한테 맞는 걸까’ 라는 치열한 고민이 없이 열심히 하면 잘못 열심히 하는 것일 수 있어요. (웃음)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열심히 사는 것일 수 있다는 거죠. uniK : 마지막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국민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고재열 : 인삼은 록키 산맥에 가져가서 기르면 생장조건이 좋아서 무처럼 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효도 무만큼 밖에 안 나온다고 해요. 인삼이 겨울바람과 가뭄을 거치고 성숙하면서 약효를 갖게 되듯이, 20대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사회에 인삼 같은 세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