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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웹진unik-투데이이슈]가상과 현실이 만나 정보의 시너지를 창출하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증강현실'이란 낯선 용어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벌거벗고 나타난 터미네이터가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남자를 눈으로 스캔하며 옷의 사이즈를 체크하는 장면이나, 만화 <드래곤 볼>에서 눈에 착용하면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해주는 기구인 '스카우터'를 기억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와 같이 카메라에 비치는 실제 현실 화면에 가상의 사물이나 캐릭터, 데이터 정보들이 합성되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그래픽 효과를 증강현실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가 1984년작이고 <드래곤 볼>의 초판이 발행된 해가 1986년이니 이미 근 30년 전부터 이런 아이디어는 잠재해 있었던 것이다. 실제 현실 환경과 가상 환경을 융합하는, 이와 같은 복합형 가상현실 시스템(hybrid VR system)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돼 왔다.





증강현실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이 진행돼 왔는데, 연구를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헬멧처럼 생긴 HMD(Head Mounted Device)를 착용, 광학 합성기를 이용한 증강현실을 구현한 바 있었다. 그러나 무겁고 휴대하기 불편한 특성 탓에 오늘날과 같은 휴대 기기로 자리잡지 못한 채 사라졌다. GPS를 비롯해 방향과 기울기를 감지하는 디지털 나침반과 중력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 등이 내장되어 있는 스마트폰이 출시된 최근에서야 조금씩, 간단하지만 재미있고 참신한 기획과 시도가 접목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올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증강현실 기술이 점차 대중적으로 구현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에 구현된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은 크게 마커(marker)형과 위치 정보형, 게임형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마커형 증강현실’은 전통적인 증강현실을 구현해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QR코드처럼 생긴 특정 코드를 카메라로 비춰내면 해당 정보를 인식해, 캐릭터와 같은 그래픽이 나타나 마커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주로 상품 광고에 쓰이는데 마커가 삽입된 잡지 광고나 인쇄 홍보물을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상품을 3D로 보여주거나 캐릭터가 나와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네모난 마커 이외에도 이미지 자체를 마커로 지정하여 동영상이나 그래픽이 나오도록 하는 이미지 인식형 마커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종종 오프라인 프로모션이나 거리 퍼포먼스에 활용되기도 한다. 2D로만 보여주던 제품을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입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으니 마케팅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커 기반의 증강현실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체험해보고 싶다면 춤추는 여인들의 모습을 증강현실로 구현한 ‘ARGirl’이나 ‘popcode’, ‘ARAD’ 앱을 설치해 지정된 마커를 폰 카메라로 비춰보면 된다.





증강현실은 단순히 가상 세계를 눈앞에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가상으로 보완해내는 개념이다. 즉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 환경을 제공하지만, 현실 환경에 필요한 정보를 추가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름으로써 현실 환경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증강현실 개념에 가장 충실하고도 최적화된 증강현실의 방식은 ‘위치 정보형 증강현실’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와 가상 물체를 겹쳐, 주변 약국이나 현금 지급기, 카페 등의 위치 정보가 카메라 모드에서 거리 및 방향까지 제시하는 방식이다. 증강된 그래픽을 보여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는 국내에서 개발된 ‘오브제(ovjet)’나 ‘스캔서치(scansearch)’가 유명하다. 그 외에도 ‘약국찾기’, ‘iNeedCoffee’, ‘세카이(sekai)’, ‘레이야(layar)’, ‘위키튜드(wikitude)’ 등이 있다.

‘스캔서치’는 책 표지, 음반 자켓, 영화 포스터, 상품 바코드 등을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콘텐츠의 정보들을 보여주거나, GPS를 활용하여 내 주변 상점들의 정보를 보여주며 해당 아이콘을 클릭 시 상점의 자세한 정보와 평가, 댓글을 볼 수 있다. 상점 카테고리는 음식점, 편의점, 약국, 은행, 호텔 등 분야별로 다양하며 쿠폰 제공처와 아르바이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오브제’는 장소 정보, 주변 사람, 별자리, QR코드 등 4가지 메뉴가 있으며, 증강현실 모드를 통해 장소나, 등록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아이콘을 클릭하면 위치 정보나 전화 걸기, 관련 페이지 검색하기 등 보다 자세한 정보가 나온다. 여기에 각 콘텐츠마다 게시판이 있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게임형 증강현실’은 특정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카메라 모드에서 진행하는 놀이 방식인데 ‘올레 캐치캐치’나 ‘소셜 곤충채집(iBugs)’처럼 허공에 떠다니는 아이템을 잡아 포인트를 쌓거나 쿠폰을 획득하는 이벤트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밖에도 ‘ARsoccer’, ‘ARboomerang’처럼 가상의 공을 차거나 부메랑을 날려보는 등의 체험형이 있다.
특히 일본 Dentsu사에서 개발한 ‘iButterfly’는 크게 이슈화가 되기도 했는데 허공에 날아다니는 나비 아이템을 수집하는 단순한 방식이지만 각 지역마다 고유한 모양의 나비가 있으며 나비를 수집할 때마다 획득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쿠폰들의 경우 지역 특산물 마케팅과도 밀접하게 연계해 있어, 실제 해당 특산물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증강현실 앱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언급한 사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직까지는 아쉬운 점이 많다. 스마트폰이라는 휴대 기기의 하드웨어적 한계와 기술적 적용의 제한으로 인해 단순 게임 컨셉이거나 위치 정보를 증강현실 기법으로 뿌려주는 정도의 단순한 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위치정보를 굳이 증강현실로 구분하는 사용자 경험(UX)은 비효율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OS는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증강현실 개발을 위한 SDK나 API가 속속 공개되는 등 개발 기반이 활성화되면 보다 다양하고 고급화된 기능의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입체적인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인 증강현실 기법은 단순히 웹 페이지나 동영상 링크를 열어 보여주는 QR코드보다는 향후 여러 산업 분야에 접목되어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방송 시스템과 비디오 게임, 교육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의 경우 증강현실은 이미 선거 개표 방송이나 스포츠 방송 등에 오래 전부터 도입이 되어 왔다. 축구 경기 중 잔디 구장 위에 실사처럼 국기를 입체적으로 세워놓거나 광고하는 장면을 보았을 텐데 그것이 바로 디스플레이 기술과 영상 합성 기술들이 날로 발전하면서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 기법이 적용되고 있는 현장이다.

또한, 간단한 과학 실험을 눈앞에 재연할 수 있다거나 동식물의 입체 모형 등을 보여주는 증강현실 교과서의 개발 역시 증강현실의 순 기능을 극대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동화의 스토리를 팝업 또는 3D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어린이용 서적들도 출판되고 있다. 간단한 가상의 과학실험은 물론, 사라진 문화재나 유물들을 3D로 복원해 스마트폰으로 체험하는 기술도 개발된 지 오래다. 증강현실이 가장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 중 하나인 게임 업계를 비롯해 이외에도 건축, 관광, 교통, 패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과 접목이 진행 중이다.





가상과 현실이 만나 이루어내는 정보의 시너지는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주변 지형을 그래픽으로 축소해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띄우거나,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손으로 반투명한 파일 창을 넘기는 것과 같은 SF영화 속 한 장면이 이제 곧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