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안전하기로 소문난 '위캔쿠키 http://www.wecanshop.co.kr'는 지적 장애인들의 재활과 취업을 위해 운영되고 있고, 한 제철기업의 광고에 폐기물로 만든 거대한 자동차를 타고 등장해 유명해진 '노리단 http://noridan.haja.net’은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교육, 공연, 디자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활용 가게로 유명한 '아름다운 가게 http://www.beautifulstore.org'는 친환경 운동은 물론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위캔쿠키, 노리단, 아름다운 가게. 이들이 생산해 내는 금전적 가치에는 ‘공익’의 개념이 함께한다. 위캔쿠키에서 쿠키를 샀거나, 노리단의 공연을 관람했거나,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 혹은 옷 등을 산 경험이 있다면, 이미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Activity)에 본인도 모르게 참여한 셈이다. 이들과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우리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으로 분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사회적 기업을 관할하는 노동부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노동부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한마디로 말해 좋은 일을 하면서 돈 버는 기업이다.”라고 정의한다. 노동부에서 인증 절차를 거친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기. 둘째, 영업 활동을 수행하고 창출된 이익을 사업 자체나 지역 공동체에 재투자하여 사회적 목적에 사용하기. 셋째, 의사 결정은 근로자, 서비스 수혜자, 지역 사회 인사 등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서 민주적으로 하기.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고 있고,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익보다는 공익,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이다. 사회적 기업은 개인의 목적이 아닌 사회적 목적에 의해 세워지고 운영되는 회사로서 일반 기업과 구분된다. 현재(2010년 5월 기준) 국내에서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들은 전국을 통틀어 319개다. 이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사회적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앞서 설명했던 ‘아름다운 가게’를 들 수 있다. 아름다운 가게가 한국의 사회적 기업 필드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활동 방향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가게라는 나무의 뿌리가 어떻게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가게’는 우리 사회의 친환경적 변화에 기여하고 국내외 소외계층 및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공익 법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행정부 소관의 비영리 재단 법인, 기획 재정부의 인가를 받은 공익성 지정 기부금 단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동부에서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이다. '아름다운 가게'는 후원자들에게 매월 재무제표를 보내줄 정도로 투명한 경영을 하는 곳이다. 후원자와 후원을 받는 사람이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며 투명한 공유를 통해 진정한 공익사업을 벌인다. 아름다운 가게의 사업 영역은 재사용 자선 가게, 공익 캠페인, 자선, 나눔 사업, 자원 활동, 아름다운 나눔 장터, 공정 무역, 재활용 디자인 사업, 국제 지원 모금 사업으로 구분된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업, 기관의 사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각 기업이나 단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통해 사회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민간 협력으로 지역 밀착형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반 시민들이라면 기증, 모금, 자원 활동, 사회 공헌이라는 공익 연계 마케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활동들이 고르게 균형을 이뤄 '아름다운 가게'가 효율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아름다운 가게는 사회적 기업 필드에서 새로운 무브먼트를 파생했다. 2000년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여 2009년까지 아름다운 가게 총괄 상임 이사로 활동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아름다운 가게를 떠나 ‘희망 제작소 http://www.makehope.org’를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 민간 싱크 탱크 ‘희망제작소’. 1만 명 시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민 참여형 연구소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공익이 연계된 사회 변혁을 추구한다. 한 마디로 말해 ‘사회적 기업 혹은 사회적 인재’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제작소에는 ‘Social Designer School(SDS)’라는 흥미로운 커리큘럼이 있다. 일상의 작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안부터, 효율적인 국토 개발을 위한 기획까지 다양한 혁신안을 모으고 있으며 일부 제안은 이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운영 자금은 주로 시민들의 기부금과 각종 연구 사업을 통해 마련된다. 재정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는 아름다운 가게도 마찬가지로 노동부 인가의 사회적 기업들이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다는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으로 시민운동의 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3년 만에 전임 연구만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희망제작소 SDS의 파급력은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이를 위해 SDS를 거쳐 현재 ‘SK D&D 웰빙 사업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선재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망제작소의 SDS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의로운 뜻을 품고, 학습, 디자인,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업 중심으로 실천을 행하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조직, 정부가 주도하여 사회를 변화시켰다면 이제는 일반 시민들이 작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해 현장에서 실천하여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이미 그러한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고요.” ‘시민들의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세상을 바꾸겠다는’ SDS의 취지는 매우 흥미롭지만,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공동체는 분명히 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그녀의 SDS 동기 중 한 명은 학동역에서 사람들이 매일 서 있는 것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계속 관찰하고, 질문하고, 확인하여 구청에 버스 정류장을 새로 만드는 일을 제안, 그것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이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 공적인 요소들이 있다. 그러한 광경을 목격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개진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의 출발점이다. 나 혼자만의 정보, 나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는 개인적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를 돌아보고 사회적 목적을 함께 이뤄가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생성과 운영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마인드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도 정부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영업(이윤 추구) 활동을 영위하는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부를 통해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갖춘 단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영 컨설팅과 전문 인력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또한 인재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지원도 펼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바로 이 ‘소셜 벤처’이다. 소셜 벤처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사업적 기회를 찾는 것으로 아이디어, 도전 정신, 열정이 보다 더 요구되는 유닛이다.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기업에 비해 소셜 벤처는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에 의한 설립 기준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과 형태를 통해 더욱 도전적이며 창의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셜 벤처는 사회적 기업의 운영이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제도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이어가고,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보다 독창적이고 의미있게 운영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완성의 인큐베이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디커뮤니케이션즈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완성을 꿈꾸고 있는 ‘소셜 벤처’ 기업이다. 이들은 ‘원순닷컴’ 박원순의 희망 탐사 '100만개의 아이디어, 살 사람이 없는가' http://www.wonsoon.com/899 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었던 인물들이다. 가면정, 김은정 이 두 사람은 환경, 사람, 문화를 생각하는 공익 연계 마케팅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홍대 생명 평화 오백 장터' '아이리버 핑크캠페인' 등이다. 이들은 녹색 연합과 함께 '안녕, 산, 들, 바람'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진행 중 국민대학교 윤호섭 교수를 만나 엄청난 영감을 받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 공공과 공익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엄청나게 준비를 했고, 그에 대해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하고 난 뒤였는데, 윤호섭 교수가 이들에게 딱 한 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어렵게 하지 마라!” 이 한 마디가 이 두 사람의 뼛속을 관통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일상에 녹아든 것에서 사회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그 노력 때문인지 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생각, 철학,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기로 순수 미술을 전공한 이 두 사람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우연한 계기로 ‘함께 일하는 재단’의 공고를 접하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재단 http://www.hamkke.org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공공 재단으로 사회적 기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우디커뮤니케이션즈는 현재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소셜 벤처로 사무 공간, 교육, 파일럿 공모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회, 공익을 위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에서는 ‘오지랖’ 넓은 일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고용 불안, 빈부 격차 등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해 준다고 너무나 ‘사회적’으로 분석하려들지만, 우리는 이를 따르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받아들여 보자는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가, 나의 도전정신이 나와 사회를 동시에 자극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제보(?)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 소개될 사이트를 반드시 북마크하길 바란다. 부디 매 순간 젊음을 불태우며 끝없이 도전하길!
*FT_‘Social Enterprise in Korea’의 박태은은 기획 및 마케팅 분야에서 꽤 굳건한 입지를 갖춘 'True Business Creator'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에너지를 불태우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MTV, iriver, d&shop의 마케팅 팀장을 거치며 공익을 연계한 마케팅과 캠페인 디렉팅을 해온 그녀이기에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관한 가이드가 될 수 있었다. 현재 ‘Cartelle Studio’라는 본인만의 회사를 설립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