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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 예전의 '월남어' 아니예요
'베트남 펀드 열풍'이 진작에 불었다면 '국민배우 안성기'는 없었다?

아역배우 생활을 접은 안성기 씨(사진)가 아직 베트남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던 70년대 말 베트남은 가까웠다 확 멀어진 나라였다.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베트남어 교관을 꿈꾸며 군복무를 하던 대학생 안성기는 눈물을 머금고(?) 배우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30여년만에 세월이 바뀌었다. 베트남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베트남어 전공자'는 '없어서 못구하는' 귀한 인력이 됐다. 특히 '베트남 펀드' 열풍이 분 금융권에서는 베트남 현지 인력 채용도 급속도로 늘어날 조짐이다.

2007년. 이제 '월남어과 졸업반 안성기'를 바람불어 좋지만 삭풍일지 모르는 영화판(80년 안성기의 재기작이 '바람불어 좋은날')으로 내몰던 시대는 지났다.
↑ 영화배우 안성기 씨.

◇ 여의도에 불어온 '베트남 열풍' = 여의도에서 베트남 바람이 가장 먼저 불어온 곳은 지난해 베트남펀드로 '히트'친 한국운용과 한국증권이다.

26살 동갑내기 응웬 (Ngwyen) 씨와 하이(Hai) 씨는 한국운용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의 베트남인 애널리스트다. 응웬 씨는 지난해 9월, 하이 씨는 지난달 각각 입사했다. 현재 서울 본사에서 연수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어에 능통한 재원. 특히 응웬 씨는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2년간 경영학을 전공한 덕에 한국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 한국운용 본사에서 연수중인 하이 애널리스트(왼쪽)와 응웬 애널리스트.

"연수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주말에는 남산타워와 경복궁에 놀러갔어요. 요즘 한국 날씨가 좋아 참 이쁘고 좋았습니다."

연수중이라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발음이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한국증권에도 베트남 '엘리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레튀항(Le Thuy Hang) 씨는 호치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현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재학중이다. 한국증권 투자전략부 중화분석팀에서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베트남펀드 초창기에 입사해 만 1년이 지났다.

짠 마이 흐엉(Tran Mai Huong) 씨는 하노이 대학교에서 한국어학을 전공했다.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재학중이며 한국증권 신사업추진실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흐엉 씨는 신사업추진실의 '베트남어 스터디' 선생님이기도 하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어를 전공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차라리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고급 인력을 찾는 게 더 수월하다"며 "특히 베트남 대졸 여성의 경우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입사하려는 인재가 많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에 베트남 현지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문가 5명을 채용했다.
↑ 한국증권에서 1년간 근무해온 레튀항 씨.

베트남어 전공자 채용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증권은 하반기 베트남 관련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베트남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상선 현대증권 차장은 "하반기 베트남어 전공자를 채용하고 향후 베트남 진출 사업이 확정될 경우 현지 인력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예전의 '월남어과' 아니예요 = 베트남어 학과는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청운대학교 영산대학교 등 4개 대학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시장에서 '베트남어 전공자'의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늘어난 만큼 취업률이 높다. 학생들 사이에서 '비인기학과'에서 '인기학과'로 바뀐지 오래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베트남어과는 교내에서 취업률 가장 높다"며 "입시원서를 쓰기 전부터 학부모들이 취업 관련해서 문의를 많이 할 정도로 관심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 한국증권의 짠 마이 흐엉 씨.

현재 한국외대에서 베트남어과에 재학중인 학생은 93명 정도. 졸업후 대다수는 베트남 진출을 준비중인 기업에서 근무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몇 년전까지는 건설업종에 주로 취직했는데 최근에는 금융권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 법인이나 현지 공장을 건설하려는 업체에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04/19 08:55
원문보기 :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7041816134157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