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양아치만도 못한 국회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
---|---|---|---|
엊그제 갑자기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물어왔다. 왜 한국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고 저렇게 난리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국내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터라 왜 궁금해 하는지 물었다. 룸메이트인 미국 학생이 요즘 한국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검찰수사권 박탈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묻는데 자신도 그 이유를 몰라 대답하기 어려워 그런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이유를 적어 주었더니 아들의 대답은 '푸 하하하, 이게 말이 돼?'였다. 이걸 어떻게 미국 친구에게 설명해 주느냐는 말이 뒤따랐다.
그렇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고,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니 입이 부끄러워 도저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론과 야당, 법조계, 법학 교수들 등 형사사법체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거나 적어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친여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조차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조차 반대하는 사안을 더불어민주당은 강행하고 있다. 그 뻔뻔스러움은 내용만큼이나 과정에서도 무도하기 짝이 없다.
172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선거법, 부동산 3법 등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고는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회에 자기 당에서 퇴출된 무소속 의원(이상직, 윤미향)이나 민주당의 2중대였던 열린우리당 최강욱 의원을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임명해 90일 간의 필수 논의과정을 무력화시켰다. 국회법상 입법 취지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형식적 요건만을 지켰다며 강행처리해 온 것이다. 지금까지 소위 입법독주 혹은 독재를 자행해 온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이토록 유린해도 국회법은 처벌규정이 없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검수완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그대로 재현될 조짐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이용해 당에서 퇴출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사보임한 것이 엊그제인데, 양 의원이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하자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교체하려 한다. 후안무치도 이 정도면 양아치 수준이다. 탈당한 민형배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요청하는 민주당이나 그것을 수용한 박병석 국회의장이나 모두 형언할 말을 찾기 힘들다.
'검수완박'을 실현하기 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불과 1년 전에 공수처를 신설했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6대 중요 범죄를 제외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경찰로 이관했다. 이것만으로도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어서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사전에 기대한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났는지, 예상외의 문제는 없는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하여 다음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여당은 1년 전의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변화가 우리 국민에게 미친 영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윤석열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검수완박'을 완수하겠다는 것밖에 머릿속에 없다.
모든 정책과정에는 사전적 분석과 사후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정책 문제에 대하여는 중복적 조치를 취해 정책목표의 달성에 만전을 기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외성(redundency)이라고 하는데, 사회경제적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하여는 복수의 연구기관에게 동일한 연구주제를 발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낭비가 아니라 보다 큰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의 권익 침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수완박'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민주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수완박'을 강행할 태세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은 6·1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법안을 추진한 사람들도 자손만대에 그 더러운 이름을 남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