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몸짓·스윙까지 아빠와 ‘판박이’… 우즈 아들 ‘스타 골퍼’ 가능할까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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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천성 vs 양육 기대 높은 2세들 ‘무리한 목표’ 경험·지식 등 부족 성공 힘들어 결국 ‘부모의 그림자’ 못 벗어나 작은 성공으로 자신감 얻고 가족 지원·끈기·노력이 중요 천성과 양육은 상호의존 관계
한 사람이 성공하는 데 타고난 재능이 우선이냐 아니면 후천적인 환경과 노력이 중요하냐는 문제는 교육학을 포함해 과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이른바 ‘천성 대 양육(nature vs nurture)’ 논쟁이다. 이 논쟁을 처음으로 촉발한 주인공은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외사촌인 프랜시스 골턴(1822∼1911)이었다. 골턴은 천재는 탁월한 인물을 배출한 우수한 혈통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자질과 능력이 전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유전 법칙을 이용해 인류를 개량하려 했던 우생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골턴의 주장대로라면 찰리가 골퍼로 성공하는 것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성장에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은 단순히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키나 성격 등 인간의 많은 부분이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과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키는 약 80%, 성격은 대략 50% 정도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으로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는 100% 똑같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그런 특질이 100% 나타나지는 않는다. 교육이나 연습 같은 적절한 환경의 자극이 있을 때만 비로소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다. 유전자가 불을 밝힐 수 있도록 스위치를 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곧 환경인 셈이다. 즉, 천성과 양육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육을 통한 천성의 실현이라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다.
찰리처럼 대단한 성공을 거둔 부모를 둔 2세들이 경쟁자보다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매클러랜드(1917∼1998)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체로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다. 쉽지는 않지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매번 새롭게 설정하며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유명한 부모를 둔 자식들은 반대로 적절한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 쉽다. 부모가 이룬 엄청난 업적과 비교하면 자신의 목표가 너무 사소해 보일 뿐 아니라, 부모만큼 큰 성취를 이루기를 바라는 주변의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부모의 명성에 걸맞은 대단한 목표를 세우게 되지만 아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자식이 그 일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 작은 성공 체험들을 통해 더 큰 목표에 도전할 자신감을 얻고, 더불어 실력의 향상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부모를 둔 자식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고 결국 부모의 그림자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시카고대의 교육심리학자인 벤저민 블룸(1913∼1999)은 과학자, 예술가, 운동선수 등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120명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성공이 선천적인 요인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보다는 헌신적인 교사와 코치의 가르침, 전폭적인 가족의 지원, 그리고 본인의 끈기와 노력이 더 중요했다.
이 사실은 우즈 자신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안다. 우즈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라고 얘기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잘 모른다. 나는 결코 재능이 가장 뛰어나거나, 체격이 크거나, 빠르거나, 힘이 센 아이는 아니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은 성실함이며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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