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음식이 꼭 맛있을 필요 없고, 패션이 꼭 멋질 필요 없다” / 김재준(국제통상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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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을 여행한 필자는 현대 문명이 유럽과 유럽 후예들이 만든 세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에서 경험한 두 가지 문화예술 체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필자는 예술이란 익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 같은 도시다.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건축물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앞서 언급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들이 아니다. 파리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아르페주(Arpe‵ge)가 필자 마음을 잡아끌었다.
올여름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는 물가가 매우 비싼 도시다. 일반인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필자처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아르페주에서 점심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미쉐린 3스타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페주에서 만난 음식은 오로지 채소와 과일로 구성됐다. 적은 양으로 10가지 넘는 요리가 제공됐는데, 부르고뉴의 퓔리니 몽라셰를 곁들이니 더욱 좋았다. 맛 좋은 요리가 많았지만, 반대로 맛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요리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요리가 새로운 미각 체험을 선사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채소를 겹겹이 올린 스시, 참기름을 뿌린 고추장 느낌의 요리, 고기 대신 비트로 만든 카르파초 등이 인상 깊었다. 재료의 신선함과 탁월함이 돋보였으며, 식사 후에도 배가 편안했다. 채소 위주의 요리에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포만감 덕분이었다.
최근 들어 필자는 가성비를 중시해 명품 옷이나 가방을 거의 사지 않는다. 하지만 루이비통 미술관, 까르띠에 뮤지엄 같은 곳은 좋아하고 자주 방문한다. 프라다재단에서는 이탈리아 현대 작가의 전시는 물론,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개인 컬렉션인 루이즈 부르주아와 로버트 고버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표현 기법이 사용됐다. 부르주아와 고버의 작품 역시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 잘 담겼다. 부르주아의 작품은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었으며, 고버의 작품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인간 내면을 다소 과격하게 탐구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앞선 두 체험은 필자로 하여금 예술과 미식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향후 여행에서도 이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 역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익숙함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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