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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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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지다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눈물과 감동, 한숨과 경탄을 자아내던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국가대표팀의 모든 선수, 코치, 그리고 지원인력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올림픽의 환호성은 이제 사라져가지만, 우리에게는 안세영(사진) 선수가 던진 질문이 아직 남아있다.


이번 국가대표 선수들은 ‘황금세대’라 불린다. 선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체격조건이 탁월하고 기량도 뛰어나다. 국격이 올라간 데 따른 후광효과도 있고,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다고 해서 ‘황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혹독한 훈련을 받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발적이며 멘탈도 강하다. 메달을 따면 ‘내 노력의 결과’라고 당당하게 인터뷰하는 자신감도 보기 좋았지만 ‘메달 못 땄다고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는 탈락 소감도 멋져 보인다.


개별화 특징 드러내는 Z세대도
목소리 내는 것에는 부담 느껴
성향·조직에 따라 선택 달라
그들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야

 

 

 


대부분 2000년대생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Z세대의 특징을 강하게 드러낸다. 인터뷰를 통해 느낀 가장 큰 특징은 ‘개인화’, ‘개별화’였다. ‘나는 나’ ‘내가 힘들면 남들도 힘들다’ ‘나야말로 금메달감’ 등 선수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말과 태도에서 변화를 느꼈다. 과거 선배 세대가 메달을 따면 ‘감독님’과 ‘협회’를 거론하면서 감사해 하던 인터뷰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이처럼 개인화 인식이 뚜렷한 황금세대와 달리 5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양성 시스템, 이대로 괜찮을까.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협회에 실망해서 함께 가기 힘들다’는 발언을 했다. 그 파장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대로다. 인터뷰 시점이 아쉽다는 평부터 혼자 딴 금메달이 아니라는 선배의 훈수까지 이어졌다.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까지 나서서 안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신의 인터뷰가 일으킨 파장을 본 안 선수는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배드민턴협회, 그리고 체육계 관계자 어른들은 안 선수가 ‘질문’을 했다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협회마다 운영방식이나 규정이 다르고 성과도 그에 따라 달라지는데 더 잘하는 협회를 벤치마킹하여 개선할 점은 없는지, 선수에 따라 맞춤형 훈련이나 지도는 왜 안 되는 것인지, 개인의 성과가 협회 그리고 국가의 성과와 잘 정렬되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지, ‘세계적인 수준의 천재 선수’가 나타났을 때 그를 지원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안세영 선수는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냈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재 소녀조차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목소리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아마 많은 선수가 안 선수의 목소리에 ‘말 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안 선수의 SNS 글에 ‘좋아요’를 누른 손흥민 선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축구협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직의 어른들은 지금 ‘황금세대 조직구성원’들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인트라넷에 올라온 ‘황당한 질문’일 수도 있고,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하는 실력행사일 수도 있다. 말없이 조직을 떠나는 모습일 수도 있고, Z세대 조직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몰라서 가만히 있는 막내’는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 자신의 성향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우리가 유지하는 조직의 형태는 ‘최선’이 아니다. 기업 조직은 그 어떤 조직보다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도 조직의 변화 속도는 환경과 인적자원의 그것을 따라잡기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체육협회와 같은 공적 성격을 지닌 조직은 그 변화가 더 느릴 수밖에 없다. 리더에게는 ‘막내’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든 그것을 파악하고 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어려서 저지르는 실수와 판단 미숙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내가 옳다’고 방어하는 데 전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 집중하기 바란다.


막내들은 결코 조직이나 어른들과 싸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문을 던질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어른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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