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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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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시급한 헌법재판관 ‘자동 퇴임’[포럼] / 이호선(법학부)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 前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헌법재판소가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심판정족수를 7명으로 못 박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을 대상으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오는 17일 퇴임하면서 헌재의 심리가 중단되는 헌정 마비 사태는 한고비를 넘겼다. 헌재의 결정에 일단 안도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위헌 사태를 해결하는 전부는 아니다.

 

필자도 응급처치 차원에서 위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구한 바 있지만, 임기가 만료된 헌법재판관으로 하여금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고는 이런 사태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위헌이나 헌법소원 인용(認容)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6명으로 구성된 헌재라면 만장일치가 돼야만 한다는 뜻이다. 9명 중 6명의 찬성 요건보다 훨씬 까다롭다. 이 자체로 제대로 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심리만 하고 선고는 9명이 다 채워질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면 이 또한 사실상 헌법재판 중단이나 다름없다.

 

업무 공백이 없도록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심지어 사임하더라도 후임자가 직무를 이어받는 때까지 종전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직 구성과 운영의 기본 원리다. 후임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교대 시간이 됐다고 자리를 떠나는 초병은 처벌 대상이다.

 

상법에서는 ‘퇴임이사’라고 하여 법정 이사의 수가 모자라는 때에는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 외에 특별법인에도 이런 규정이 있다. 예컨대, 방송법 제47조 제3항은 KBS 이사진 구성과 관련,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하고 있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0조 제3항도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가 민간 기업이나 KBS, EBS보다 못한 존재인가.

 

유럽연합기능조약 제246조는 집행위원회 위원 전원이 사임한 경우 잔여 임기를 수행할 후임 집행위원들이 임명될 때까지 사임한 집행위원들은 계속 지위를 유지하고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집행위원의 사임에는 유럽의회(EP)의 불신임에 따른 해임까지도 포함된다. 즉, 불신임을 당해 쫓겨날 처지에 있어도 무책임하게 자리를 비우는 것이 아니라, 인수인계 때까지는 직무수행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 제10조 2항은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의 이사는 후임자가 임명되어 적격 요건을 갖출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런 규정들도 조직원리에 비춰 보면 사족(蛇足)이나 마찬가지다. 입법에서는 너무나 당연해서 문구로 굳이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헌법에는 인권이나 기본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이 인권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차제에 헌법재판관 임기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7조 제1항도 일시적으로 효력을 정지시키고, ‘퇴임 재판관’들을 당분간 그대로 심리와 선고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