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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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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앤노블의 재기에서 배우는 것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에 완패했던 대형 서점 체인업체 반즈앤노블이 13년 만에 되살아나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미국의 한 지역신문에 뉴욕주 마운틴 키스코의 반즈앤노블 개업을 도시 전체가 축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상공회의소 멤버들이 나와서 축하 리본을 잘랐고, 그 지역 출신 작가도 참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서점이 문을 닫은 지난 13년 동안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임 장소, 선물가게, 카페 등의 역할을 함께 했던 서점이 돌아와서 반갑다”고 기뻐했다. 

 

알고리즘 맞서 정성스러운 추천
온라인에 맞서 특별한 공간경험
획일성에 맞서 직원에게 재량권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학에 입점하는 반즈앤노블 역시 화제다. 2011년 회사가 망하면서 철수했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입점하기 때문이다. CNN은 ‘반즈앤노블이 컴백한다’는 제목으로 서점의 주요 구성과 시민들의 환영 모습을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반즈앤노블은 2023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세를 시작해 올해에만 58개의 서점을 개장했고 내년에도 이런 추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2022년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 68개의 문을 닫았는데, 그중 반즈앤노블이 매장을 이어받아서 개점한 곳이 있어서 흥미롭다. 2011년 아마존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한 채 파산했던 반즈앤노블의 과거를 생각하면 더 극적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2019년 반즈앤노블의 CEO로 취임한 제임스 돈트다. 그는 영국 독립서점 돈트책방의 창업자이며 영국 최대 서점체인 워터스톤의 경영진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영국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돈트가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성공비결은 업의 본질, 고객 경험, 그리고 직원의 재량권인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돈트는 자신의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책’에 초점을 두었다. 기존의 책방이 알파벳 순으로, 또는 출판사별로 획일적인 진열을 하고 있을 때 돈트는 테마별, 국가별, 작가 특성별로 진열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반즈앤노블 CEO로 취임한 후에도 ‘좋은 책’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최우선으로 진열했다.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가장 좋은 자리에 진열해주는 관행을 단호하게 없앴다. 돈트 취임 전 출판사 중심으로 책을 진열했을 때 25%에 달했던 반납률이 ‘책’을 중심으로 진열하니 9% 이하로 떨어졌다. 반납률 25%는 서점의 공간과 인력이 그만큼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의미이므로 이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책’ 그 자체에 더욱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고객의 공간 경험이다. 서점은 고객들이 수시로 오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온라인 서점이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도록 한다면, 오프라인 서점은 직원들이 정성껏 큐레이션한 책을 진열하여 낯선 공간을 탐험하는 느낌을 느끼도록 했다. 서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마치 다른 사람의 서재에 들어가 보는 듯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또 공간에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카페와 선물가게, 문구점을 함께 배치했다.

 

지역 출신 작가의 책을 특별하게 전시해서 그 지역 고객의 자부심을 북돋웠고, 서점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환대의 장소’가 되도록 했다. 심지어 돈트는 계절마다 그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조명, 인테리어, 책 배치 등을 다르게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이 사람들을 서점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그는 연령대별로 서점에 와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섹션별로 섬세하게 디자인했다. 고객의 방문률이 급증한 것이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마지막 비결은 직원에게 결정권을 준 것이다. 본사에서 획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큐레이션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인정했다. 그래서 서점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큐레이션을 통해 개성 있는 매력을 가질 수 있었다. 직원들은 직접 손으로 자신이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를 써서 진열대에 붙여두는데 고객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직원들이 독자의 반응에 신속하게 응대할 수 있는 것도 자신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효능감에서 비롯된다. 그가 경영하는 돈트서점, 워터스톤, 그리고 반즈앤노블에 이르기까지 이직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독립서점을 창업하고 운영하던 사람이 어떻게 대형 체인점을 살리려고 들어갔느냐고 묻자 그는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은 체인점과 독립서점을 가리지 않고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알고리즘, 빅데이터보다 사람을 믿는다고 했다. 한 사람의 리더가 올바르게 할 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이렇게 크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